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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콕 왓아룬 뒷 편 어느 절과 톤부리 강변 집에서의 저녁식사아시아 여행기/태국 2022. 4. 7. 14:30728x90반응형
짜뚜짝 시장에서 정신없이 쇼핑하다가
에어비앤비에서 신청해놓은 투어 시간에 맞춰서 택시에 올랐다.
시간이 약간 빠듯했지만 짐이 한가득이니
호텔에다가 짐을 두고 배타고 픽업장소인 왓 아룬 쪽으로 가면 되겠구나 싶었다.
그렇게 택시에 올랐건만
친구가 에어비앤비 앱에 들어가 예약정보를 자세히 보니
아뿔싸! 시간을 잘못 봤던 것이다.
우리는 이미 약속 시간을 한참 넘긴 상태였다.
너무 당황해서 에어비앤비 호스트랑 통화하다가 사정사정하고...
그래도 다행히 호스트는 괜찮다고 이해해 주었는데
다른 투어 참가자들에게 너무 죄송스러웠다.
배를 타고 왓 아룬으로 가는 길.
멀리서만 보던 왓 아룬에 드디어 가보는구나.
그런데 마음은 너무 불안하고 죄송스럽고 복잡한 심정이었다.
그리고 친구는 얼마나 더 당황하고 맘이 아팠을까?
그래서 티를 내지말자 내지말자 다짐했는데도
나도 모르게 걱정스러운 말이나 몸짓이 나와버리곤 했다.
해가 저물어가고 있었다.
얼른 가야겠다는 생각 뿐이었던 이 때
정신없이 호스트를 찾아다녔던 것 같다.
다행히 왓 아룬에 도착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호스트를 만났다.
호스트 외에도 두 사람이 더 있었다.
한 사람은 방콕에 여행온 태국 여자였고
다른 한 사람은 브라질 여자였다.
기다리게한 것이 죄송해서 여러번 '쏘리'를 연발했던 것 같다.
다행스럽게도 모두가 큰 웃음으로 괜찮다고 말해주었다.
왓 아룬을 빠져나와 골목길로 가던 중
호스트가 음료를 하나씩 사주었다.
항아리가 세 개 있었는데 나는 전날 먹어보았던
빨간 로젤(Roselle) 주스를 골랐다.
사큼달콤한 주스를 먹으며 왓 아룬 뒷편에 있는 어느 절에 들렀다.
번잡했던 왓 아룬과 달리 이곳은 고요했다.
호스트의 이런 저런 설명을 들으며 절내를 거닐었다.
신발을 벗고 본당 안으로 들어갔다.
벽과 기둥들에 그려진 화려한 문양들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천장에는 샹들리에 조명이 줄줄이 달려있었고
가운데 높은 단상 위에 황금 불상이 놓여있었다.
불상 앞에 무릎을 꿇고 잠시 앉아 있었다.
절안은 정적 속에 잠겨 있어 내 숨소리가 크게 들려왔다.
호스트와도 소곤소곤 조심히 이야기를 나눴다.
얼마 머물지 않았지만 마음이 편안해졌다.
본당 밖으로 나와 걷다가 코를 찌르는 기분좋은 향기가 나서 주위를 둘러보았다.
하얀 담벼락 옆 나무 한 그루가 눈에 띄었다.
플루메리아 꽃들이 한가득 피어있었다.
저렇게 많이 피어있으니 향기가 온사방에 진동했나보다.
바닥에 떨어져 흩어진 꽃잎들 중 하나를 집어들었다.
꽃잎 깊숙히 코를 가져가니 표현해내기 어려운 정말 매혹적인 향기가 풍겼다.
이곳에 한시간여 즈음 있었던가? 절 밖으로 나왔다.
호스트를 따라 골목골목을 지나왔다.
투어를 같이하게 된 태국인 언니와 이런저런 이아기를 나누었다.
어느샌가 강가에 도착했다.
강을 따라 배를 타고 호스트의 집으로 간다고 했다.
호스트의 이웃 주민 한분이 배를 운전을 해주시기로 했다.
우리들은 배 양쪽 가장자리에 사이좋게 나눠 앉았다.
에에엥- 거센 모터 소리가 들리면서 배가 앞으로 나아갔다.
강을 따라 앞으로 나아갔다.
강 주위로 보이는 집들은 마치 물 위에 떠있는 것 같았다.
문득 캄보디아 여행했을 때 보았던 수상가옥들이 떠올랐다.
우린 번잡한 관광지를 벗어나 이곳 사람들이 사는 동네에 온 것 같았다.
강을 헤집고 달리는 배와 좌우로 늘어진 이국적인 집과 나무들...
온통 낯선 풍경이라서 눈길이 계속 갔다.
호스트가 선셋을 보여준다고 했다.
어딘지 모를 곳에서 배는 멈추었다.
흔들리는 배 위에서 지는 해를 바라보았다.
강물에 햇살 조각들이 반짝였다.
가만히 보고있는데 마음이 뭉클해졌다.
이렇게 또 하루가 지나가고 해는 저무는구나.
잔잔히 깔린 노을을 뒤로하고 배는 또 다시 어디론가 향했다.
멀리 보이는 멋드러진 2층집이 호스트의 집이었다.
그 집에 가까이 다가가 배를 정박시키고 육지로 발을 내딛었다.아름답게 잘 꾸며진 집이었다.
곳곳에 자리잡은 조명들이 은은하게 빛났다.
꽃과 나무들이 많아서 싱그러웠다.
호스트가 시크릿 가든이라면서 데려간 뒤뜰.
내가 보기에는 다 비슷비슷한 풀인데...
호스트는 허브들의 각기 다른 이름을 우리에게 알려주었다.내가 아는 것이라곤 바질이나 민트 정도?
처음 듣는 이름들이 많아서 잘 기억이 나질 않는다.언제나 가판대 위에 놓인 노란 망고를 보았을 뿐
이렇게 나무에 매달린 새파란 망고를 보기는 처음이었다.
태국에서는 노란 망고뿐 아니라 초록 망고도 먹는다고 했다.
우리가 평소 먹듯이 과일로만 먹는게 아니고 무채처럼 무쳐 먹기도 한다더라.
정원을 한바퀴 둘러보고난 뒤 이제 호스트의 집구경에 나섰다.
호스트의 할머니라고 했었나?
아주 오래 전 할머니께서 집을 지어서
후손들이 대대로 살았다고 했다.
붉은 나무 빛깔이 아름다운 집이었다.
호스트는 안으로 들어가 구석구석 집을 소개해 주었다.
방이 여러개 있었는데 에어비앤비를 통해 이곳에 숙박할 수도 있었다.
문 앞에는 태국어가 적힌 팻말이 있었는데 숫자를 의미했다.
그리고 그 숫자와 발음이 비슷한 단어를 같이 배치해두어 태국어를 공부할 수 있게끔 해놓았다.
2는 cho라고 읽으며 비슷한 단어로
chang 코끼리를 붙여놓았다.
아, 창 맥주는 코끼리 맥주였구나!
자주 마시던 맥주 이름의 뜻을 이 때 비로소 알게되었다.
약간 가파른 계단을 올라서 2층으로 왔다.
2층에도 방이 있었는데 앞쪽과 오른편에 통유리창이 나있었다.
통유리창 너머로 강과 집 앞 정원 풍경이 펼쳐졌다.
플루메리아 나무와 은은히 깔린 노을이 아름다웠다.
다음번에 방콕에 오게 된다면 이곳에 묵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집구경을 마치고 1층으로 내려왔다.
저녁식사가 준비되는 동안 다른 분들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오늘 처음 본 사람들인데 친근하게 느껴졌다.음식들이 차례차례 완성되었다.
우리들은 야외 테이블에 완성된 요리들을 차근차근 옮겼다.
모두 힘을 더하니 금방 근사한 저녁식사 차려졌다.
우리는 담소를 나누며 맛있게 저녁을 먹었다.생선부터 시작해서 똠얌꿍까지 다양한 태국 요리들!
엄마가 해준 음식같이 느껴졌다.
저녁을 먹으며 다들 방콕 어디를 둘러봤는지,
어디에서 여행을 왔는지, 지금 하고있는 일은 무엇인지 등등
여러 이야기들을 나누었다.
세상은 넓고 나와 다른 많은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머리로는 알고는 있었지만 체감하기는 힘들었다.
내가 살고 있는 세계는 좁아서
다른 이의 삶도 나와 크게 다르진 않았다.
이렇게 멀리 밖으로 나와
내가 살던 울타리를 벗어나니 비로소 느껴졌다.
나와는 다른 삶을 보며,
세상을 다르게 살아보고 싶다고 느꼈던 하루.반응형'아시아 여행기 > 태국'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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