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 시즌이라 그런지 경주에는 사람들이 무척 많았다.
대릉원 돌담길은 너무 번잡해서 대릉원 일원 노서리 쪽으로 걸어왔다.
이쪽은 지나다니는 이들이 별로 없어서 한적했다.
능들이 겹겹이 모여 있는 모습이 아름다웠다.
초록잎이 몽실몽실 난 귀여운 나무
우리는 파릇한 나무 아래에 자리 잡고 앉았다.
철푸덕-
돗자리도 없이 그냥 앉고 나중에 털어내기로 했지.
눈앞에 능들을 두고 요깃거리로 배를 채웠다.
편의점에서 사온 캔맥주 둘
그리고 황리단길에서 산 우유도넛
여유롭게 하늘을 보고 언덕 같은 능도 보고
연두색 새싹이 돋아난 나무도 보았다.
그렇게 천천히 시간을 즐겼다.
높다란 하늘에 떠있던 해는
어느새 능 위로 바짝 떨어져 있었다.
따뜻한 오후 노을을 바라보며 놀다가
자리를 털고 일어나 걸어보기로 했다.
그러다 어느 술집을 만나게 되었는데
'흐흐흐'라는 이름을 가진 생맥주가 유명한 곳이었다.
능이 보이는 창가에 앉았다.
생맥주와 나폴리탄 파스타.
별 것 하지 않아도 술을 마시고
맛있는 것을 먹고 사랑하는 이와 대화를 나누고
그러다가 스르륵 밤이 찾아왔다.
행복한 시간이었다.
술집을 나와서 우리는 다시 걷기 시작했다.
하늘은 보랏빛으로 물들었고
멀리 손톱자국 같은 달이 하늘에 떠 있었다.
묘한 하늘 색깔과 그림 같은 달
그리고 약간 취한 우리 둘,
영화 속을 걷는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