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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주 여행 백제 사마왕이 잠든 곳, 무령왕릉에 가다우리나라 방방곡곡/충청도 2022. 5. 20. 09:22728x90반응형
공주 여행에서 꼭 들러보고 싶었던 무령왕릉. 무령왕릉은 아주 오래 전 국사책에서나 보았던 것 같다. 내가 아는 유명한 백제 유물들이 거의 이 무령왕릉에서 나왔다고 봐도 무방했다. 그 유물들을 직접 볼 수 있다니 어찌 찾지 않을 수 있는가!
진묘수가 입구 앞에서 우릴 반겨 주었다. 상상 속의 동물이라는 진묘수는 무덤을 지켜주는 석상으로 쓰였다. 토싵토실한 몸통에 뿔과 날개가 달린 모습이다. 무령왕릉을 발굴할 때 입구에서 진묘수 석상이 나왔는데 진품은 국립 공주 박물관에 있다.
하얀 이팝나무 꽃 피는 5월, 공휴일이라서 무령왕릉 입장료가 무료였다. 안으로 들어가니 왕릉처럼 보이는 언덕 아래 작은 문이 나있었다. 그리로 들어가면 무령왕릉에 대한 전시를 관람할 수 있었다. 진짜 무령왕릉은 보존 문제로 페쇄되었고 이곳에서는 무령왕릉을 본 따서 만든 모형을 볼 수 있었다.
정말 운 좋게도 도슨트가 진행 중이어서 무령왕릉에 대한 설명을 들으면서 내부를 관람할 수 있었다. 교과서로만 배웠던 이야기들과 또 새로 알게된 이야기들이 한데 묶이면서 무령왕릉에 대한 이미지가 새로 그려졌다.
오래전부터 여러 고분들이 있었지만 백제 무령왕릉이 발견되기 전 다른 고분들은 이미 다 도굴당한 상태여서 부장품들이 없었다고 한다. 무령왕릉을 발견하기 전에는 이 송산리 6호분이 무령왕릉으로 여겨졌다. 규모가 크고 당시 남조 양나라 지배층에서 유행하던 벽돌 무덤 방식으로 만들어져 있어서 그러했다.
어느날 홍수가 크게 나서 고분들을 정비하는 도중에 삽질을 하던 인부가 흙 속에서 딱딱한 돌덩이들을 발견했다. 무령왕릉은 정말 우연히 세상에 나타났다. 송산리 고분 사이에 나무가 자라나던 곳에 있어서 그 누구도 왕릉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던 곳에서 무령왕릉이 나타났다. 덕분에 도굴을 피할 수 있어서 온전한 상태의 많은 유물들을 볼 수 있게 되었다.
처음 무덤을 열었을 때 모습이 그대로 재현되어 있었다. 가지런히 놓인 표지석과 그 뒤에 놓인 진묘수 석상. 표지석 위에는 돈이 올려져 있어다고 한다. 저승으로 잘 가라는 노잣돈일까?
무령왕릉이 특별한 이유는 표지석이 나와서 무덤 주인이 명확히 밝혀졌기 때문이다. 표지석에는 영동대장군 백제 사마왕과 그 부인이라고 떡하니 무덤 주인이 누구인지 나와 있었다. 무령왕은 일본 규수의 어느 섬에서 태어났는데, 섬에서 태어나서 '사마'라는 이름으로 불리기도 했다. 개로왕이 죽자 40대 즈음 되어서야 왕위에 올랐다.
무덤 안쪽에는 작은 술상이 차려져 있었다. 저승세계에 가서 술 한 잔 기울이시라는 의미일까? 무덤 속에도 또 하나의 세상이 있었다. 술상을 지나서 머리를 받치는 베개와 발 받침도 놓여 있었고 책에서 흔히 보았던 아름다운 금관 장식도 놓여 있었다. 그리고 화려한 귀고리와 목걸이들까지.
신기한 사실은 왕과 왕비가 안치된 목관을 조사해보니 우리나라가 아닌 일본 규슈 지방의 수백년 된 거대한 금송으로 만든 것이었다는 사실이다. 사마왕이 일본 규슈에서 태어난 것도 그렇고 목관의 나무도 일본에서 온 것이니, 그 당시 백제와 일본의 교류를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무령왕릉 전시관에 있는 유물들은 복제품이었다. 국립 공주 박물관에 무령왕릉에서 출토된 유물들이 전시되어 있다. 무령왕릉을 둘러보고 무령왕릉에 대해서 알아보고, 그 다음에 국립 공주 박물관에 가면 코스가 딱이었다. 왕릉 모형 안에도 들어가 보고 유물들을 둘러보다가 전시관을 나왔다.
밖으로 나와 길을 따라 걸으면 고분들이 여럿 보인다. 작은 언덕들이 줄지어 이어진 모습 같다. 경주 대릉원에서 보았던 약간 익숙한 풍경이다. 송산리 고분들과 무령왕릉, 가는 길 아래 진묘수 무늬가 담긴 돌들이 깔려 있었다.
고분들을 따라 걷는 길에는 나무 그늘이 별로 없어서 살짝 더웠다. 무더위가 기승하는 한여름에는 걷기 힘들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이 왕릉을 언제 구경해 보겠느냐! 교과서에서만 보던 무령왕릉을 이렇게라도 보게 되어 기뻤다. 보존을 이유로 개방하지는 않아서 아쉬웠지만 모형으로 아까 무령왕릉을 보고 왔으니, 저 언덕처럼 생긴 능 안이 어떤지 대충 가늠은 갔다.
고분을 다 지나쳐가면 나무들이 우거진 숲이 나온다. 푸르른 숲길에 들어서니 그늘이져서 아주 시원했고 나무 냄새가 향긋하게 풍겨서 좋았다. 도시락을 싸와서 먹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령왕릉을 나와서 곧장 국립 공주 박물관으로 가는 길이 나있었다. 이 감흥을 살려서 곧장 박물관으로 가보기로 했다. 무령왕릉에서 출토된 아름다운 금관 장식과 목걸이, 귀여운 석수 등등. 백제 역사를 따라 가는 재미난 공주 여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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