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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여여행 정림사지박물관과 정림사지5층석탑우리나라 방방곡곡/충청도 2022. 6. 11. 18:04728x90반응형
여름날 부여 여행, 우리는 점심을 먹고 정림사지박물관을 찾았다. 6월 초인데 푹푹찌는 날씨였다. 매서운 더위를 느끼면서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양산을 쓴 뒤에 박물관으로 향했다. 주차장과 박물관이 꽤나 떨어져 있어서 한참을 걸었다. 정림사지 안으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어른 기준 1인 1,500원의 입장료를 내고 표를 사야한다.
정림사지석탑을 멀리서 한 번 보고 곧장 박물관으로 쪽으로 향했다. 아무래도 박물관을 관람하고 관련 역사적 지식들을 머릿속에 넣은 뒤에 석탑을 보는 것이 나을 것 같았다. 정림사지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어 있는데 박물관 입구에 이를 기념하는 커다란 비석 하나가 놓여져 있었다.
볕이 유달리 뜨거웠던 날, 정림사지 박물관 안으로 들어가니 쾌적하고 시원한 공기에 기분이 좋아졌다. 무더위에는 장사가 없나보다.
일제강점기 때 이루어진 발굴조사에서 '태평팔년무진정림사대장당초(太平八年戊辰定林寺大藏當)'라고 적힌 기와가 발견되었다. 그리하여 태평 8년 고려 현종 19년(1028)에 이 절이 '정림사'로 불렸음을 알게 되었다. 그 이후로부터 절터는 정림사지, 절의 탑은 정림사지5층석탑으로 부르게 되었다.
전시실에 들어서고 처음 마주치는 장면은 어둡고 넓은 공간에 줄줄이 유리 상자가 놓인 모습이다. 정림사지에서 출토된 부서진 조각들. 그저 늘어만 놓았다면 눈길이 가지 않았을텐데, 빛나는 유리상자 안에 담겨 있으니 각각의 조각들에 집중하며 감상할 수 있었다.
전시관 안에 들어서면 여러가지 유물들과 이에 대한 상세한 설명들이 이해하기 쉽게 영상으로 구현되어 있었다. 정림사지에서 발견된 연꽃 무늬 와당이 첫 시작이었다.
와당은 처마 끝을 마감하는 용도로 쓰이는데, 점토를 원하는 모양의 틀에서 떠서 구워내 만든다. 정림사지에서는 연꽃 모양의 와당들이 많이 출토되었다. 조그맣고 동그란 원 안에 아름다운 연꽃이 담겨 있었다. 꽃잎 하나하나 살아있는 듯한 섬세한 모습이었다.
와당 연꽃 무늬가 예뻐서 사진을 많이 찍어 두었다. 나중에 정원을 꾸밀 때 백제의 연꽃 무늬를 활용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소소한 소품이나 정원의 장식이나 이런 연꽃 무늬를 새겨 넣으면 어떨까? 무척 아름다울 것 같다.
와당 옆에는 와적기단 모형이 있었는데 그 앞 스크린 위로 와적기단에 대한 설명이 영상으로 흘러나오고 있었다. 와적기단은 기와 조각을 쌓아 만든 기단으로 건물을 짓기 전 땅을 다지고 단단하게 만들어서 침하를 막고 습기를 막아 주었다. 백제인들의 독특한 건축 양식으로 후에 통일 신라와 일본에 전수되어 곳곳의 사찰에서 와적기단을 살펴볼 수 있다고 한다.
전시실 끝 즈음에는 정림사를 재현해 놓은 미니어처 모형이 놓여 있었다. 색색깔 조명을 받아 아름다워 보이던 정림사와 석탑. 과거의 모습은 과연 어떠했을까? 정말 궁금하다. 백제 성왕이 사비로 수도를 옮기고 부여에 계획도시를 만들었는데 정림사는 그 도시의 중심에 서 있었다.
바닥과 벽면이 스크린으로 도배된 브릿지를 지나갔다. 아름다운 연꽃들이 발걸음마다 피어났고 벽면에는 백제의 풍경들이 담겨 있었다. 참 멋드러지게 잘 만들어 둔 것 같다. 박물관이라고 하면 약간 고루한 느낌이 먼저 드는데 이곳 정림사지 박물관은 아주 현대적이고 감각적인 곳이었다.
1층 전시실에 작은 영상실이 하나 있다. 이곳에서는 9시 30분부터 30분 간격으로 부여의 여러 명소들을 담은 영상을 보여준다. 그리고 이어서 '사비연화'라는 애니메이션을 상영해주는데 개인적으로 이 애니메이션이 참 괜찮았다.
애니메이션은 현대를 살아가는 소녀와 백제 소년이 정림사에서 만나 펼쳐지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북적이는 사람들로 활기차던 정림사와 당의 침공으로 패망한 백제의 모습까지, 흥하고 쇠하는 지나간 역사를 돌아보니 가슴이 뭉클해졌다. 안타까운 마음인지 아쉬운 마음인지, 영상을 보고 나니 정림사가 더 애틋하게 느껴졌다. 밤하늘 정림사지석탑 주위로 등불들이 날아오르는 장면에서는 살짝 전율이 일었다.
밖으로 나오니 날씨가 어찌나 덥던지 뜨겁게 내리쬐는 태양볕에 눈이 부셨다. 그늘이 될만한 나무들이라도 있으면 좋을텐데, 탑 주위는 훵한 흙바닥이었다. 탑을 조망하기 좋게 하려고 일부러 이런 구조로 만들어낸 것일까? 아니면 옛 모습 그대로 복원하려고 한 노력의 흔적일까? 뭔가 주위에 이곳을 활기넘치게 보이게 하는 근사한 조경이 되어있었다면 좋았을 것 같다.
나당연합군에 의해 패망하게 된 백제, 정림사지 석탑에는 그 흔적이 남아 있다. 석탑 하단부에 당나라 장수 소정방이 남긴 글귀 평제기공문(平濟紀功文)이라는 글귀가 새겨져 있다. 소정방이 백제를 멸한 기념으로 탑에 글을 새길 정도이니 이곳은 백제인들에게 상당히 의미가 깊은 절이었을 것이다. 백제와 흥망성쇠를 함께한 석탑, 탑이 이 자리에 서서 보냈을 오랜 세월을 생각하니 마음이 저릿해져왔다.
탑을 보고 나서 맨 끝의 건물 안으로 들어가면 정림사지 석불 좌상을 만날 수 있다. 아주 커다란 석불이 건물 한가운데 놓여져 있다. 기존에 보았던 석불과는 달리 무뚝뚝한 표정에 몸체가 엉성한 느낌이다. 오른쪽 팔이 소실되었고 석불의 표면도 마모가 심한 편이었다. 정림사지 석불은 고려시대 정림사가 중건 되었을 때 만들어진 불상으로 추정하고 있다.
정림사지석탑 앞에서 기념 사진들을 찍고 나서 왔던 길을 돌아 나왔다. 정림사지에는 작은 연못이 두 개 있는데 연잎들이 가득 피어나 있었다. 한여름이 되면 이곳에 아름다운 연꽃들이 많이 피어날 것 같다. 그 때 다시 한번 더 정림사지를 찾아와야겠다. 낮은 무더우니 어둠이 내린 밤 야경을 구경하러 오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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