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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여 여행 궁남지 수련 가득 핀 아름다운 여름 풍경우리나라 방방곡곡/충청도 2022. 6. 11. 18:01728x90반응형
6월 초입 여름을 맞이한 궁남지를 찾았다. 아직 연꽃이 피기에는 이른 시기라고 생각했다. 7월 중순부터 8월 초까지 연꽃이 만발한다고 들었다. 그래서 연꽃에 대한 기대 없이 궁남지를 찾았는데, 뜻밖에도 수련들이 한가득 피어 있어서 꽃구경을 실컷 할 수 있었다.
궁남지 주차장에 차를 세워 두고서 안으로 들어가는 초입길, 노란 수련들이 잔뜩 피어 있어서 눈길을 끌었다. 분홍색을 띄는 수련들은 많이 보았어도 이렇게 연노랑 빛깔 수련은 처음인 것 같았다.
초록초록한 수련 이파리들 사이에 듬성듬성 핀 노란 수련, 그 모습이 고와서 카메라를 들고서 열심히 수련들을 사진으로 담았다.
수련들이 모여있는 작은 연못들 옆에는 연잎 군락지도 있었다. 수련과 다르게 연은 줄기가 길게 위로 솟아 올라 있었고 줄기 끝에 피어난 커다란 이파리는 바람에 나부끼고 있었다. 아주 새파란 연잎들만 가득했고 아직 연꽃이 필 기미는 보이지 않았다.
아름다운 수련들을 보니 클로드 모네의 수련 연작 그림들이 떠올랐다. 모네의 정원이 있는 지베르니에 갔었던 기억과 오랑주리 미술관에 들러 그의 그림을 보았던 기억들, 지나간 파편같은 옛기억들이 머릿속에 드문드문 떠올랐다.
물가에는 싱그러운 버드나무 이파리들의 반영이 담겨 있었다. 드문드문 피어나 있는 연분홍 수련 꽃들과 물위에 동동 떠있는 동그란 수련 이파리들, 그림을 그려두고 싶은 아름다운 여름 풍경이었다.
궁남지는 생각보다 무척 넓었다. 가운데 커다란 못을 중심으로 수련들을 구경하며 한바퀴 산책하기 좋았다. 버드나무들이 우거져 있어서 그늘을 만들어 주니 걷기에 그리 덥지 않았다.
아름다운 풍경을 보면 잠시 멈춰서고 또 다시 걷고 그렇게 못 주위를 돌다보면 멀리 작은 정자 하나가 보인다. 기다란 용의 꼬리 같은 다리를 건너 정자로 건너갔다.
못 가운데에 자리잡은 정자는 '포룡정(抱龍亭)'이라는 이름의 정자인데 용을 품고있다는 뜻을 지녔다. 삼국유사에 따르면 백제 무왕의 어머니는 과부였는데, 못 옆에 살다가 못에 사는 용신과 정이 통하여 아들을 낳았다. 마를 팔고 다녀서 서동이란 이름이 붙었는데, 그는 신라의 선화공주와 혼인하여 백제 왕위에 올라 무왕이 되었다. 아마도 이 설화에서 착안해 '포룡정'이라는 이름을 붙인 것 같다. 못 위로 시원한 분수가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삼국사기에 따르면 백제 무왕 때 궁의 남쪽을 파 물을 끌어다 채우고 주위에 버드나무를 심고 못 가운데 섬을 만들었다는 기록이 있다. 연못 동쪽 언덕에서 백제 때의 기단과 초석, 기와조각 등이 출토되었다고 하니 궁남지는 그 기록들과 유적, 유물을 참고하여 현대적으로 복원해 놓은 연못인 것 같다.
커다란 연못을 한바퀴 돌면서 주위에 나있는 작은 못 위의 수련들을 구경했다. 그 중 가장 아름다웠던 곳은 바로 노란 수련과 분홍 수련이 함께 피어나 있던 못이다. 세월이 느껴지는 커다란 버드나무 아래에 작은 못이 있었고, 연노랑 수련과 분홍빛 수련이 여기저기 흩어져 피어나 있었다.
못 안에는 새파란 하늘이 담겨 있었고 버드나무 이파리도 담겨 있었다. 연꽃도 이쁘지만 물 위에 동동 떠있는 수련이 더 청초하게 느껴졌다. 아름다운 물의 정원을 한참 바라보다가 사진을 여러번 찍고 돌아섰다.
수련은 낮동안 활짝 피어났다가 어둠이 찾아오면 꽃잎을 오므린다. 그래서 잠들 수(睡)자를 써서 '수련'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밤에 오면 수련이 잠든 모습을 볼 수 있으려나? 궁남지 야경이 아름답다고 들어서 밤에 찾고 싶었으나 이번에는 일정이 빠듯해서 그러지 못했다.
수련들은 품종이 아주 다양하다. 궁남지에는 모양도 다르고 색도 다른 다양한 수련들이 피어나 있었다. 그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수련은 바로 보랏빛으로 고고하게 홀로 피어난 수련이다. 이 보랏색 꽃이 피어난 수련은 다른 수련들과는 다르게 잎 모양이 뾰족뾰족했다. 홀로 활짝 피어난 보랏빛 꽃이 아주 신비로웠다.
7월에 다시 부여를 찾을 예정인데 그때 궁남지에 오면 수련은 지고 연꽃들이 화르륵 피어나 있을 것 같다. 그 때 야경을 보러 밤에 궁남지를 찾아와야겠다.
다시 찾을 여름, 아름다운 연꽃들을 볼 기대를 잔뜩 품고 궁남지를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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