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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기림사 여름 수국과 신문왕 호국행차길 걷기 그리고 용연폭포우리나라 방방곡곡/경상도 2022. 6. 27. 14:25728x90반응형
경주는 지금 살고 있는 대구와 가까워서 자주 찾는 곳이다. 1시간 정도만 차로 달려가면 닿는 곳이라서 당일치기 하기 좋은 지역이다. 활짝 핀 수국을 보기 위해 일찍 퇴근한 날, 경주 기림사로 향했다.
기림사는 인도의 승려 광유가 643년(선덕여왕 12년) 신라에 와서 창건한 임정사(林井寺)가 시초였다. 후에 원효대사가 머물며 절을 확장하고 기림사(祈林寺)로 개칭했다. 이후 대화재를 겪고 재건을 하거나 중수를 거치면서 지금의 모습이 되었다.
동글동글한 분홍빛깔 수국꽃들이 마당에 가득 피어나 있었다. 여름에는 역시 수국이구나. 수국이 피어날 6월 말 즈음이 되면 꽃을 볼 생각에 두근거려진다. 수국은 내가 제일 좋아하는 꽃이기 때문에 언제나 기다려진다.
수국은 색깔이 아주 다양하다. 흔히 알려져 있는 사실은 흙의 산성 농도에 따라서 꽃 색깔이 바뀐다는 것이다. 산성인 흙에서는 푸른색 보통의 흙에서는 분홍색 꽃이 핀다. 요새는 꽃 색깔이 정해진 품종의 수국도 나오고 있어서 흙 산성만으로 색깔을 바꾸기 어려운 경우도 있다고 들었다.
이렇게 분홍색과 푸른색이 뒤섞여 흐드러지게 피어있는 수국의 모습이 가장 아름다운 것 같다. 이렇게 풍성한 수국 나무를 키우려면 얼마나 시간이 흘러야할까나? 마당 있는 집이 생기면 수국은 꼭 키우고 싶다. 지금도 베란다에서 열심히 수국을 키우고 있다. 하하.
담벼락에 가득한 수국과 함께 사진들을 여러 번 찍었다. 하얀 수국도 청초하니 아름다웠다. 왠지 절에는 원색의 다른 수국들보다 이 하얀 수국이 어울리는 것 같기도 했다. 수국 말고도 여름을 알리는 다양한 꽃들이 많았는데 이름을 다 모르겠다. 아직도 세상에 알 수 없는 꽃들이 참 많구나.
우리는 조용한 기림사 경내를 거닐었다. 어딜가나 어여쁜 수국들이 가득 피어있어서 눈길을 끌었다. 평소에 자주 보던 동그란 모양의 수국꽃도 있었고 내가 좋아하는 산수국들도 많이 피어 있었다. 산수국은 수국과 모양이 조금 다르다. 가운데 진짜 꽃들이 여럿 피어나 있고 가장자리로 보통 보던 수국 꽃잎들이 피어나 있다.
꽃들을 구경하고 나서는 천천히 절을 둘러보았다. 오래되어 보이는 작은 석탑도 있었다. 건물들은 그리 오래되어 보이지는 않았다. 아무래도 계속 절로 이용되면서 보수하고 중수하면서 이 모습을 유지하고 있는 것 같았다. 세월의 흐름은 저 석탑에서 가장 많이 느껴졌던 것 같다.
절을 나가려다가 기림사 입구 쪽에 찻집이 하나 있길래 목을 축이고 싶어 안으로 들어갔다. 사장님께서 지금 정식 오픈을 한 상태가 아니라고해서 다시 나가려고 했는데, 차라도 마시고 가라면서 만류하셔서 슬라이드 도어 쪽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바로 앞이 대숲이었는데 사르륵 사르륵 대잎이 부대끼는 소리가 참 듣기 좋았다.
더운 여름을 가시게 해주는 쌉싸름하고 차가운 말차를 두 잔 내어 주셨다. 찻잔 속 맑은 말차 안에 대숲이 동동 떠 있었다. 말차를 마시는데 내 앞의 풍경을 같이 들이마시는 기분이었다. 이렇게 앉아 차를 마시고 바람소리를 들으며 푸르른 풍경을 보니 마음이 편안해져서 좋았다.
차를 마시고서 돌아가려고 했는데 사장님께서 기림사에 왔으면 용연폭포에 꼭 들렀다 가보라고 하셨다. 온김에 한번 돌아보고갈까 싶어서 안내판을 따라서 폭포 쪽을 향해 걸었다. 용연폭포를 향해 가는 길은 '신문왕 호국행차길'이라고 불린다. 신라시대 아버지 문무왕을 기리기 위해 아들 신문왕이 대왕암을 향해 걸었던 길이라고 한다.
숲 속 길을 따라서 20여분 정도 걸었던 것 같다. 멀리서 폭포 소리가 들여오기 시작하다가 드디어 기다란 물줄기를 보게 되었다. 우와, 저 폭포가 바로 용연폭포이구나! 폭포를 제대로 본 것은 제주도의 천지연 폭포 그리고 아이슬란드에 놀러 갔을 때 보았던 폭포가 다였던 것 같다. 우리나라에도 참 많은 폭포들이 있는데 별로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그래서 이렇게 폭포들을 볼 때마다 새롭다.
용연폭포에는 전설이 전해져 내려온다. 신문왕이 동해쪽에서 만파식적과 검은 옥대를 가지고 궁으로 돌아가는 길에 마중나온 태자가 예지를 발휘해 옥대의 장식 하나를 뗴어 계곡물에 담그니 장식이 용으로 변해 승천하고 계곡물은 깊게 파여 폭포가 되었다고 한다. 그 전설 속의 폭포가 바로 이 용연폭포이다.
나무 데크 위에 서서 멀리 눈으로 보기만 해도 시원함이 느껴졌다. 떨어지는 물줄기가 아주 상쾌했다. 경주에서 가장 큰 폭포인 용연폭포, 전설이 깃들여져서 그런지 더 신비롭게 보였다. 여기서 어떤 일이 있었길래 그런 전설이 전해져 내려오는 것일까나?
용연폭포를 돌아보고 나서 다시 되돌아 나와 주차장으로 향했다. 수국을 보러 왔으나 뜻하지 않게 시원한 폭포도 보고 쌉싸름한 차를 마시며 힐링의 시간을 가지기도 했다. 즐거웠던 기림사 방문이었다. 날이 선선해지는 가을 즈음에 용연폭포 쪽으로 향하는 호국행차 길을 다시 걸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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