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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여름 울진 여행 성류굴에 가다
    우리나라 방방곡곡/경상도 2022. 7. 30. 2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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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여름 돌아다니기가 버거운 더운 날이었다. 우리는 울진 성류굴을 찾았다. 우리나라의 굴을 그래도 꽤나 가본 것 같았는데 울진의 성류굴은 처음이었다. 남편은 예전에 몇번 성류굴을 와보았다고 한다.

     

     

    주차장에 차를 세워 두고서 굴을 향해 걸어갔다. 사실 처음 와보는 내 입장에서는 이게 굴의 시작인가 싶었다. 옆으로는 논인지 저수지인지가 보였고 돌 기둥 사이사이에 나무 울타리들이 세워져 있었다. 상당히 이국적이고 매력적인 풍경이었다. 줄줄이 이어진 돌 기둥들을 따라서 가다 보면 굴로 들어서는 입구를 마주치게 된다.

     

     

    매표소에서 표를 끊고서 안으로 들어갔다. 들어서자마자 느껴지는 시원함! 굴 안은 연중 온도가 일정해서 여름에는 시원하고 겨울에는 따뜻하다고 어디선가 들었던 것 같다. 아주 오래 전 지구과학 시간에 배웠던가? 동굴 안에 들어서기 전에 헬멧을 착용해야 한다. 헬멧을 왜 착용해야하는지는 조금만 동굴 안으로 들어가니 깨달을 수 있었다.

     

     

    처음 동굴 안으로 들어설 때 거의 기어가다 싶이 했던 것 같다. 안으로 들어오니 거대한 동굴이 모습을 드러냈다. 우와, 탄성이 절로 나오는 장엄한 풍경이었다. 흘러내리는 듯한 모습의 종유석과 석순들, 내가 여태 자주 보지 못했던 풍경이라 그런지 아주 신기했다.

     

     

    몸을 굽히고 다리를 쪼그리고 가다가 일어났다가를 반복했다. 조금은 힘들 수 있지만 뭔가 역동적인 관광 코스 덕분인지 탐험하는 기분이 들었다. 그 와중에 머리를 콩콩 부딪혀서 헬멧이 없었으면 큰일났겠다 싶었다.

     

     

    동굴 안을 돌아보면서 자연의 위대함을 다시금 느끼게 되었다. 쭉쭉 뻗은 죽순 같은 돌들과 기둥들, 흘러내린 암석, 고인 물 등등. 이 많은 것들이 이런 모습을 하기까지 얼마나 오랜 세월이 흘렀을까나? 최초는 알 수가 없겠지만 내가 보는 이 모습이 영겁의 세월이 지나 만들어진 것이라 생각하니 숙연해졌다. 안내판을 보니 이 동굴이 내가 보는 모습이 되기까지 2억 5천만년 정도 걸렸다는데 상상하기도 힘든 시간이다.

     

     

    뾰족한 고드름처럼 생긴 돌덩이들을 보고 있자니 저 날카로운 조각들이 떨어질까봐 무서웠다. 갑자기 동굴이 흔들려서 우다다 돌들이 떨어지면 얼마나 아플까? 왠지 이곳에서 공포 영화를 촬영해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괴한 풍경에 날카로운 돌들과 어둠까지 딱이다.

     

     

    동굴 깊숙한 곳까지 들어갔다가 돌아 나왔다. 나가는 방법은 왔던 길을 되돌아가는 것이었다. 방금 보며 지나쳤던 모습들을 돌아가며 다시 눈에 꾹꾹 눌러 담았다. 요새 가물어서 그런지 물이 고인 웅덩이가 별로 없었다. 비가 내려야 흙을 타고 동굴까지 물이 스며드나 보다. 그나마 고여있던 웅덩이에는 작은 물고기들이 조명에 몰려 꼬리를 흔들고 있었다.

     

    성류굴을 벗어나 밖으로 나오니 드디어 원래 있던 세계로 돌아온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눈이 부셨다. 동굴 안에 있던 건 얼마 안되는데 눈은 그새 동굴 안 밝기에 적응했나 보다. 밖은 덥고 눈부시고 동굴 안이 좋았던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며 왔던 길을 되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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