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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을날 영주 부석사 무량수전에서
    우리나라 방방곡곡/경상도 2022. 10. 20. 1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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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 오는 날 부석사를 찾았다.

    영주 하면 떠오르는 곳은 바로 이곳 부석사, 어릴 때 부석사 무량수전 배흘림 기둥에 서서였나? 그런 책을 읽었던 것 같다. 실제로 가보지는 못했는데 이번에 영월을 들리며 영주도 겸사겸사 들리게 되었다.




    부석사 가는 길에 사과들을 어찌나 많이 팔고 있던지 모른다. 반질반질한 사과들은 돌아가는 길에 사기로 하고, 한방 어묵을 파는 포장마차가 있어서 천막 아래 들어가 비를 피하며 어묵을 하나씩 먹었다. 뜨끈한 국물이 들어가니 몸이 사르르 녹아 내리는 듯 했다. 동동주도 한 잔에 천원에 팔고 있어서 한 잔 마셨다.

    아 좋다!




    인당 2천원 입장료를 내고 안으로 들어갔다. 부석사로 들어가는 길목에 은행나무들이 줄지어 서 있었다. 10월 초입, 아직은 노랗게 물들기에 이른 시간이다.

    아마도 10월 중순이 넘어갈 즈음이면 노랗게 노랗게 물들어 있지 않을까?




    그래도 몇몇 은행나무들은 곱게 노란 옷으로 갈아 입는 와중이었다. 촉촉히 내리는 비냄새에 은행 냄새가 뒤섞여 났다. 비가 잔잔하게 내리는 덕분에 부석사를 둘러보는데 어려움이 없어 좋았다. 오히려 비가 오니 느낄 수 있는 짙은 숲 향기가 좋았다.




    천왕문을 지나가기 전, 단풍 나무들이 새파란 이파리들을 뽐내고 있었다. 부석사는 단풍 명소로 인기가 많겠구나 싶었다. 아까 포장마차에서 잠깐 들었는데, 사장님 말씀으로는 10월 셋째 주 이후가 되면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발 디딜 틈도 없다고 하셨다.




    부석사 무량수전은 꼭대기 즈음에 자리잡고 있어서 돌계단을 따라 꽤나 위로 올라가야 했다. 계단이야 별 상관이 없는데 사람들이 너무나도 많아서 우리는 둘레길을 이용해서 언덕 꼭대기로 올라갔다.




    무량수전 앞에 있는 오뢔래되어 보이는 누각. 빛바랜 나무 기둥들이 인상적이었다. 누각 안에는 들어가 볼 수 없었고, 난간 쪽에 기대어서 바라 볼 수만 있었다.




    계단을 따라 누각 아래로 걸어 들어가면 드디어 무량수전이 보인다. 노랗게 칠해진 벽면이 인상적이었다. 무량수전 앞에는 오래된 석등이 하나 있었다.




    근처에 있는 안내판을 자세히 읽어보니 이 석등은 통일신라 시대에 만들어진 것이었다. 부석사가 신라시대 의상대사에 의해 만들어진 것을 볼 때, 아마도 그 때 만들어진 것일 수도 있겠다.

    석등의 벽면에는 보살이 담겨 있었고 그 아래 네 기둥을 받치는 돌에는 연꽃잎이 수놓아져 있었다. 아름다운 석등이었다.




    부석사는 신라시대 의상대사가 창건한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무량수전도 그 때 만들어진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무량수전은 이후 고려, 조선시대를 거치며 여러번 증축되거나 개축되었다.

    무량수전은 아미타불을 모시는 전각인데 우리나라에 남아있는 목조 건물 중 가장 오래되었다고 한다. 무량수전 앞 현판은 고려 공민왕이 쓴 것이라고 한다. 현판에서 오래된 세월이 느껴져서 한참 바라 보았었다.




    배흘림 기둥으로 유명한 무량수전. 가운데가 볼록하고 양 끝으로 얇은 형태의 기둥을 배흘림 기둥이라고 부른다. 가운데가 직경이 큰 기둥 모양은 아주 오래 전부터 쓰인 고대 건축기법이라고 한다.

    배흘림 기둥을 쓰는 이유는 무엇일까? 보통은 길게 직선으로 이어진 기둥은 가운데가 홀쭉하게 보이기 때문에 착시 효과를 막기 위해 가운데 직경을 크게 한 것이라고 설명한다. 그런데 난 아무리 멀리서 보아도 그저 가운데가 계속 통통해 보일 뿐이었다.

    그냥 아름답게 만들려고, 이 모습이 더 아름다워서 이렇게 만든 건 아닐까? 그냥 단순 유행이었을 수도 있고 말이다.




    무량수전 안에 들어가서 조용히 한 바퀴 돌아보고 나왔다. 내부는 촬영 금지라서 사진을 찍을 수는 없었지만 눈에 담고 나왔다. 이번에는 우리 둘 함께 절도 드려 보았다.




    무량수전 옆에는 커다란 돌이 하나 놓여 있는데 위태로운 모습이다. 간신히 작은 돌 위에 얹어져 균형을 잡고 있는 듯한 그런 모습이었다. 근처 안내판을 살펴 보니 돌에도 얽힌 일화가 있었다.

    의상대사를 연모하던 선묘라는 여인이 있었는데, 의상대사가 당나라로 떠나가자 바다에 몸을 던져 용이 되었고, 그 용은 후에 이 부석사를 지키는 돌이 되었다고 하는데, 그 돌이 바로 저 돌이라는 것이다.

    으흠, 그냥 지어진 말은 아닐 것 같은데 과연 수수께끼 같은 이 전설 안에는 어떤 역사가 담겨있는 것인지 참으로 궁금하다.




    절벽 아래에 있는 불상에 다가가 잠시 기도를 드렸다. 부처님의 얼굴과 몸에 이끼가 잔뜩 끼어 있었다. 눈을 스윽 감고 앉아 있는 모습이 무척 평화로워 보여서 바라보게 되었다. 비는 추적추적 내리고 부처님은 눈을 감고 있고, 우리 둘은 부처님 앞에 서서 부처님께 기도를 드려 보고 돌아섰다.




    무량수전 오른편에는 석탑이 하나 있었다. 이 석탑도 신라 시대의 것일까? 오래되어 보이는 석탑은 가장자리가 부서지고 닳아 있었다. 언덕 위에 서서 바라보니 석탑이 보이고 무량수전의 굴곡진 지붕이 보였다. 앞에서 보았을 때는 그저 일자 모양 같았는데, 위에서 바라보니 지붕의 유려한 곡선이 아주 잘 보였다.




    무량수전을 주위를 한바퀴 돌아보고 아래로 내려왔다. 단풍은 아직이었는데, 화장실 근처 단풍나무 한 그루만 이쁘게 물들어 있었다. 이제 조금만 시간이 지나면 부석사는 단풍으로 물들어서 사람들로 북적이겠지. 그 때 또 한 번 찾아올 수 있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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