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보은 여행 속리산 법주사 세조길 걷기, 아름다운 법주사 팔상전
    우리나라 방방곡곡/충청도 2022. 11. 7. 18:58
    728x90
    반응형


    가을 보은 여행.

    속리산 법주사 주차장 근처에 예약해둔 민박집에 와서 짐을 풀고 밖으로 나왔다. 도로 위에 누렁이 한 마리가 누워있었는데 사람들이 지나가면 졸린 눈을 번뜩 뜨고 한 번 스윽 보더니 다시 눈을 스르르 감고 잤다.


    누렁이 옆에서는 고양아 한 마리가 두 눈을 감고 졸고 있었다. 나른한 햇살이 내리쬐서 그런가? 개와 고양이가 동시에 길 가에 앉아 졸고 있는 모습이 너무 귀여웠다.


    민박집에서 법주사쪽으로 걸어가는 길, 물줄기를 건너는 다리를 건너가며 하늘을 보니 겨우살이가 동그랗게 가지 위에 자리 잡고 있었다. 저렇게 온전한 겨우살이 모습은 처음 봐서 신기했다.


    법주사 매표소 앞 귀여운 하늘다람쥐 동상 사진을 기념으로 남겨두었다. 흐흐. 속리산에 하늘다람쥐가 살고 있나 보다. 곳곳에 널려있던 안내판에 하늘다람쥐 캐릭터가 귀엽게 담겨 있었다.

    하늘다람쥐를 오며 가며 볼 수 있을까 약간 기대했었는데, 야행성이라서 이 녀석들은 낮에는 볼 수 없을 거 같더라.


    무인 발권기가 있어서 신용카드로 어른 2인 입장권을 구매했다. 요금은 어른 기준 1인당 5천원이었다.


    법주사로 가는 길, 자연 탐방로를 따라 천천히 걸어갔다. 울긋불긋한 세상은 가을의 절정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듯 했다. 이리봐도 저리봐도 온통 단풍, 늦은 오후 햇살이 스며들어서 더욱 아름답게 빛나던 노란빛깔 단풍들이 돋보였다.


    잠시 걸음을 멈추고 귀여운 단풍잎들을 몇 개 주워 담고서 다시 걸어갔다. 들이치는 햇살에 반짝거리는 단풍들이 참 아름다웠다. 붉게 타오르는 듯한 붉은 단풍과 샛노란 개나리 같은 단풍들, 물들어가는 중이라 이색저색이 뒤섞인 단풍들까지 눈이 즐거운 다채로운 가을의 풍경이었다.


    세조길에 진입한 우리, 오래 전 조선시대 왕 세조가 마음을 평안하게 만들고자 이곳 법주사를 찾아올 때 걸었던 길이라고 한다.


    힘들이지 않고 산책삼아 걷기 좋은 코스였다. 내일 더 본격적으로 걸어보기로 하고 우리는 법주사를 둘러볼 예정이어서, 세조길은 조금만 걷게 되었다.


    계곡 따라서 걷다가 왼쪽으로 향하니 법주사가 나타났다. 붉게 물든 산 아래 펼쳐진 절의 풍경이 아름다웠다. 법주사에 도착하자마자 가장 먼저 눈에 띈건 붉은 산이었고 그 다음은 황금빛 커다란 불상이었다.


    그리 오래되지 않은 것 같던 황금빛 불상, 우리나라에도 이렇게 커다란 불상이 있는 줄 사실 몰랐다. 돌로 만든 커다랑 불상은 봤어도 황금빛 불상이라니, 정말 황금으로 만든 것일까? 동남아시아에 온 기분이 살짝 들었다.


    신라시대에 만들어졌다고 전해지는 오래된 석련지. 연꽃 모양 돌 안에 만든 연못이라고 한다. 층층이 쌓은 기단 위에 커다란 연꽃잎들이 겹겹이 모여 있었다. 그 오랜 세월이 지나고도 이리도 온전히 제 모습을 유지하고 있어 놀라웠다.

    무언가를 오래도록 남겨두려면 돌에다가 새겨야 하는건가, 그런 생각이 들었다.


    법주사는 신라 진흥왕 14년 의신이 창건했다고 알려져 있다. 의신이 서역에서 가져온 불경을 나귀에 싣고 와 이곳에 머물렀다는 이야기에서 법주사라는 이름이 붙었다 전해진다. 이후 여러차례 중창을 거치다가 임진왜란 때 소실된 것을 조선 인조 때 복원하여 오늘에 이르렀다.


    법주사에 오면 꼭 보아야하는 팔상전(捌相殿).

    팔상전은 우리나라에 남아있는 유일한 목조탑이라고 한다. 삼국시대에 지어져서 지금까지 이어져 온 것이라고 한다. 그 때의 모습 그대로는 아니지만 처음 보았을 때 상당히 낯설었다. 이런 모양과 크기의 탑은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신발을 벗고 안에 들어가서 보니 탑은 더 높아 보였다. 5층짜리 탑이었는데 가운데 커다란 나무 기둥이 서 있었다.그 기둥 사면에 두점씩 부처의 일생이 담긴 그림이 붙어 있었다. 그리고 그림 앞에는 불상이 놓여져 있었는데 기둥을 중심으로 한바퀴 돌면서 그림들을 구경했다.


    부처의 탄생부터 열반에 이르기까지 생애를 쭉 둘러보고, 세월에 바랜 나무들을 둘러보며 탑 안을 돌다가 밖을 바라보면 사각형 프레임 안에 풍경이 담겨 색다르게 보였다.


    늘어진 오후의 햇살이 스며드는 시간, 세상은 노랗게 물들어가고 있었다. 신발을 벗어 놓은 저 계단은 얼마나 오랜 세월 이곳에 있었을까? 아님 최근에 만들어진 계단일까? 나무는 빛바래져있는데 돌계단은 왠지 그대로인 것 같았다.


    목조탑을 나오니 멀리 탑 지붕과 함께 보이던 황금 불상이 아름다워 보였다. 웅장하면서도 화려한 황금불상, 우리를 내려다 보며 부처는 어떤 생각을 하고 있으려나. 저 황금 불상을 보면서 무얼 생각해야 불교 사상에 부합하는 참된 생각이 될런지, 온갖 잡생각을 하며 절내를 돌아 다녔다.


    신라시대 때 만들어 졌다는 오래된 사자 석등을 만났다. 햇살이 스며들어 노랗게 타오르던 사자 석등, 사자 두마리가 등을 받치고 있는 모양이었다. 누가 말해주지 않는다면 천년이 넘는 세월동안 여기 있던 석등이라는걸 알아채지 못했을 것 같다.


    쌍사자 석등을 지나서 대웅보전을 향해 걸어갔다. 대웅보전 계단을 오르고 나면 계단 양쪽 끝에 원숭이 상이 하나씩 있었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표정이 아주 익살스러웠다. 심술보가 덕지덕지 붙은 표정에 구불거리는 머리카락, 이 원숭이상은 언제 만들어진 것인지 안내판이 없어 알 수 없었다.


    대웅보전을 들렀다가 나오는 길에 보이던 또 다른 불상. 보살상이었는데 형상은 남아있으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많이 닳아 전체적인 모양이 일그러져 있었다.


    흩어져 있는 오래된 연꽃 무늬의 돌들을 보며 지나왔다. 이 돌들은 기둥 아래에 놓여있었을 법한 연꽃모양의 돌들이었는데, 한구석에 몰려 방치되고 있는 느낌이었다.


    경내를 한바퀴 돌아다니다가 멀리 보이는 붉은 단풍나무를 쫓아서 걸어갔다. 법주사 처음 들어설 때부터 눈에 띄던 아주 새빨간 단풍나무 한 그루. 그 단풍나무 뒤에는 커다란 바위가 있었다.


    단풍나무를 지나서 큰 바위쪽으로 다가가면 바위에 새겨진 부처님을 만날 수 있었다. 얼굴이 크고 허리는 비현실적이게 잘록한 모습이 큰 바위 위에 새겨져 있었다. 고려시대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하고 있는 마애불, 이곳에서도 두 손을 모으고 잠시 고개를 숙인 뒤 지나왔다.


    법주사를 벗어나 돌아가는 길에 마주친 작은 계곡. 흐르는 물줄기 사이사이에 바위들이 흩어져 있었고 낙엽들 가득 쌓인 땅 위에 돌탑들이 놓여 있었다.


    많은 돌탑들을 보니 이곳을 오고간 사람들이 어찌나 많았는지 대충 짐작이 갔다. 다들 돌탑을 쌓으며 어떤 마음이었을까? 각자 품은 소망을 이야기했겠지? 우리도 작은 돌탑을 쌓으며 마음 속에 품었던 바램을 털어 놓았다.


    돌아가는 길에도 아름다운 단풍들 덕분에 지루하지 않았다. 울긋불긋한 단풍 터널 아래를 걷는 기분이었다. 가을에만 만끽할 수 있는 따뜻한 산의 모습, 이제 곧 가을도 지나가버리고 겨울이 찾아올테니 부지런히 더 다녀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처음에 건넜던 다리에 도착하니 뉘엿뉘엿 해가 저물고 있었다. 먼 하늘은 누리끼리해졌고 시야가 어두워지기 시작했다. 탐스러운 겨우살이에게 작별인사를 하고 산채비빔밥 거리 쪽으로 걸어갔다.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