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루봉과 학소대를 만났다. 떡을 찌는 시루를 닮았다 하여 시루봉이라는 이름이 붙은 커다란 기암괴석이 먼저 보였다. 다리를 건너가며 보이는 또 다른 바위는 학이 와서 놀았다는 학소대. 바위 꼭대기에는 나무가 자라나고 있었다.
아름다운 용추협곡을 지나왔다. 주왕산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은 아마도 이곳 협곡을 지나는 길인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높이 솟아오른 커다란 절벽이 좌우로 서있고 그 사이에 나무 데크길이 나 있었다. 그 사이로 지나갈 때면 꼭 다른 세상에 온 기분이 든다.
용추협곡을 지나오면 세차게 흐르는 폭포를 만나게 된다. 바로 용추폭포이다. 매섭게 흐르는 물줄기 아래에는 깊은 웅덩이가 있었다. 옥빛 웅덩이는 아주 맑아서 저 아래있는 돌덩이도 보였다.
우리는 항상 용추폭포까지만 보고서 돌아섰었는데 이번에는 좀 더 가보기로 했다. 1km정도 더 가면 나오는 용연폭포와 절구폭포를 보고 오기로 했다.
여태까지는 편한 길들의 연속이었는데 여기서부터는 왠지 산을 올라가는 것 같았다. 조금 숨도 차오르는 오르막길을 걸어가며 얼마나 걸어갔을까 멀리 기다란 폭포가 보이기 시작했다.
저 폭포가 바로 용연폭포구나!
용연폭포 이정표를 따라서 가파른 계단 아래로 내려갔다. 얼마나 내려갔을까, 멈춰서서 앞을 바라보니 멋드러진 폭포가 나타났다. 용연폭포는 2단으로 되어 있었는데 1단 아래에 커다란 웅덩이가 하나 있었고 그 아래로 폭포가 이어져 내리고 있었다.
폭포 아래에는 깊고 맑은 소가 있고 그 옆에는 꽤나 깊은 동굴이 있었다. 세차게 흐르는 물소리가 듣기 좋았다. 겨울이라 그런지 찾는 이가 없어 폭포를 바라 보는 이는 우리 둘 뿐이었다.
웅장하고 멋있는 용연 폭포를 지나서 이제 절구폭포를 향해 걸어갔다. 우리는 갈림길에서 왼쪽으로 걸어왔었는데 그 길을 따라 다시 돌아가 갈림길에서 오른편으로 걸어가면 절구폭포로 가는 길이었다. 용연폭포 가는 길과 달리 절구폭포 가는 길은 좁고 험했다. 낙석위험이라는 경고문구와 안내방송까지 나오는 길이라서 옆에 거대한 암석을 좀 위험해 보였다.
마침내 만나게 된 절구폭포. 사실 용연폭포보다 에 절구폭포가 더 멋있었다. 용연폭포는 나무 데크 위에서 바라만 보아야 했지만 이 절구폭포는 자갈밭을 지나가 아주 가까이서 바라 볼 수 있었다.
세차게 흐르는 물줄기를 멍하니 바라보았다. 자연의 아름다움은 그 어떤 것도 따라갈 수가 없구나 싶었다. 깊게 파인 바위는 오랜 세월을 말해주고 있었다. 쏟아져내리는 물방울들이 웅덩이 아래로 떨어지고 거세게 흘러내리는 물줄기 옆에 얼어 붙은 덩어리들이 가득했다. 왠지 맑아 보이는 저 물에 손을 담궈보니 살이 타는 듯이 아팠다. 겨울이긴 겨울이구나.
돌아가는 길에 암벽에 쏟아져 내리다가 갑자기 얼어붙은 것 같은 얼음과 잠깐 시간을 보냈다. 얼음 너머로 물줄기가 흐르는 모습이 두 눈으로 보였다.
바위 위를 흐르는 물방울들이 모이고 모여 이렇게 얼음이 된 것이었다. 왠지 물 맛이 궁금해서 흘러내린 물방울을 모아 마셔보았는데 캐캐한 돌 맛이 나서 웩 뱉어 버렸다.
2시 넘어서 길을 걷기 시작했는데 용연폭포와 절구폭포까지 다 보고 돌아가니 날이 어두워져버렸다. 하늘에는 달이 떠올랐다. 계곡물 위에 노란 달빛이 어른거리는 모습이 아름다웠다. 어두운 밤하늘에는 별들이 총총, 춥지만 않다면 이렇게 밤 산길을 걷는 것도 나쁘진 않구나 싶었다.
대전사에 진입하자마자 들려오는 불경 외는 소리가 들려왔다. 스피커에서 나오는 소리가 경내에 울려 퍼지고 멀리 산 위로 보이는 노르스름한 달, 그리고 분홍빛으로 빛나는 나무가 보였다.
이렇게 어두운 밤 대전사의 풍경을 보기는 처음인 것 같다. 멀리 보이는 주왕산의 실루엣이 위엄있게 보였다. 날이 깊게 어두워지니 손이 시리고 귀가 시려왔다. 돌아가는 발걸음이 빨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