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파랑길은 동해안을 따라 나있는 해안 둘레길인데, 부산에서부터 고성까지 이어진다. 이곳 해맞이공원에서 영덕 해파랑길 21코스를 걸을 수 있었다.
우린 그저 차가운 겨울 공기를 마시며 바다를 보고 싶어서 찾은 것이었다. 해맞이공원에 다시 돌아오는 왕복 코스로 적당히 걷다가 다시 돌아오기로 하고 트레킹을 시작했다.
여러번 찾아와서 이제는 조금 익숙해진 공간들이다. 나무 계단을 따라 아래로 쭉 거침없이 내려갔다. 내려가며 소나무 사이로 보이는 바다의 모습이 장관이다. 때마침 하얀 배 한 척이 수평선 위를 지나갔다.
겨울 초입인데 진달래가 한 송이 피어 있었다. 요새 이상 기후라면서 전국의 봄꽃들이 필랑말랑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진짜 피어난 꽃을 보니 마음이 묘해졌다. 이러다가 봄꽃이 겨울꽃이 되는거 아닌가 모르겠다.
계단의 끝에는 바다가 있다. 끝에 서면 바위들이 가득하고 파도가 계속 쳐대는 거친 바다를 마주 볼 수 있다. 우리는 왼쪽으로 난 해파랑 길을 따라서 걸어갔다.
길 중간중간에 바다를 마주보며 잠깐 앉아 쉬어 갈 수 있는 벤치가 놓여져 있었다. 바닷 바람에 삭은 듯한 이 벤치 위에 앉아 바다를 바라보고 있으면 세상만사 근심이 사라지는 듯 했다.
파도가 꽤나 거세게 몰아쳤다. 바위에 부딪혀서 떨어지는 소리가 경쾌하게 느껴졌다. 우리는 잠시 새파란 바다를 바라보며 바위 위에서 쉬어가기로 했다. 가방 안에서 텀블러를 꺼내서 커피를 후루룩 내려 마셨다. 차가운 공기와 뜨거운 커피가 잘 어울렸다.
잠시 쉬다가 다시 걷기 시작한 우리, 바위 틈을 오르고 내리고를 반복했다. 어느 길목에 섰더니 발 아래에 바다와 해와 배가 그려져 있어 눈길이 갔다. 사람들이 걷기 편하라고 콘크리트를 부어 마감을 해놓고 그림을 그려 놓은 듯 했다.
아기자기한 길들을 따라서 천천히 걸어갔다.
길을 걷다 아찔한 내리막 길도 만나게 되었다. 바위 틈으로 생긴 골 안으로 파도가 쉼없이 치고 있었다. 저 안에 빠지면 정말 아찔하겠는데 그런 생각이 드는 와중에 내려다 보이는 바다 빛깔이 아주 고왔다.
우리는 걷다가 또 벤치를 발견해서 잠깐 멈춰 섰다. 벤치 위에 앉으니 그림같은 기암괴석의 절경이 펼쳐졌다. 철썩이는 파도 소리가 계속해서 들려오고 멀리 커다란 기암 위에는 작은 소나무가 자라나고 있었다. 한 폭의 수채화 같은 그런 풍경을 보면서 잠깐 명상의 시간을 가졌다.
그리고 계속 다시 걸어갔다. 어디까지 걸어갈지는 정해두지 않았다. 그저 바위를 오르락 내리락 하면서 바다를 보며 걸어갔다. 그러다가 멀리 작은 해변이 보이기 시작했다. 우리는 멀리 보이는 해변까지 가보기로 했다.
대탄마을이라는 작은 마을을 지나게 되었다. 담벼락에는 동백꽃이 피어나 있었다. 이제 곧 동백꽃이 피는 계절이 찾아오겠구나 생각했다. 정박한 배들을 보고 낚시하는 이들을 보고 해변을 따라서 계속 걸었다.
대탄 해변이라는 이름이 붙은 작은 해변에 도착했다. 지나다니는 이 없는 고요한 해변이었다. 파도만 끊임없이 해변을 향해 달려올 뿐이었다. 우리는 해변으로 가서 부드러운 모래알 들을 밟으며 바다 옆을 걸었다.
사람 없는 텅 빈 해변을 걷다가 위로 올라왔다. 깊은 적막이 깃든 마을에 들리는 소리라곤 파도 소리 뿐, 우리는 여기서 이만 돌아가기로 하고 왔던 길을 되돌아 걸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