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오랑세오녀 테마파크에서 하선대 쪽으로 차를 타고 건너왔다. 호미반도 해안 둘레길을 따라서 걸어가도 되었지만, 일몰 전까지 하선대에 당도하지 못할 것 같아서 차를 타고 부랴부랴 왔다.
다음에는 더 일찍 와서 둘레길을 따라 쭉 걸어보아야지 생각했다.
잘 닦인 나무 데크길을 따라서 걸어갔다. 바다 위에 데크길이 있어서 바다 위를 걷는 느낌이 들었다. 새파란 바다와 새파란 하늘, 새파란 세상 속을 걷는 우리!
이런 둘레길이라면 하루 종일이라도 걸을 수 있을 것 같았다.
걷는 길 왼편으로는 망망대해가 펼쳐지고, 오른편으로는 기이한 해안 절벽들을 볼 수 있었다. 암석들을 자세히 살펴보면 모양이 특이했다. 켜켜히 작은 돌맹이들을 끼워 넣은 것 같은 모양이었다.
데크 아래 바다를 바라보면 물이 아주 맑았다. 그런데 그 맑은 물 안에 그 어떠한 생명체도 보이진 않았다. 얕은 바다 아래 작은 돌맹이들만 보일 뿐.
데크길을 걷다 보니 요상하게 생긴 바위들을 만나게 되었다. 각기 이름이 지어져 있었는데, 어떤건 안중근 바위 어떤건 아기 발바닥 바위, 이름들이 다양했다. 이리보면 이렇게 보이고 저리보면 저렇게 보이더라.
우리는 바위마다 멋대로 무언가를 상상해보며 이름을 지어 주었다.
저 켜켜히 쌓인 돌맹이들은 얼마나 오랜 세월 저 바위에 쳐박혀 있었던 것인지 놀라웠다. 시간이 지나면 바다 속으로 떨어지게 되려나?
바위 위에 서 있던 갈매기 한 마리.
우리가 돌아올 때까지 계속 한 바위 위에 서 있었다. 먹잇감을 찾으려고 바위 위에서 바다 아래를 살펴보는 것인지, 아니면 그냥 우리처럼 먼 바다를 보며 멍을 때리는 것인지 알 수는 없었지만 왠지 저 갈매기에 계속 눈이 갔다.
하선대에 거의 가까워질 즈음에 조약돌들이 가득한 작은 해변이 나타났다. 숨겨진 듯한 조용한 해변 옆에는 커다란 절벽이 있었다. 상아빛의 절벽 아래에는 큰 동굴이 있었다. 몇몇 사람들은 그 동굴 안으로 들어가보기도 했다.
조그만한 돌맹이들이 깔린 해변에서 잠깐 시간을 보냈다. 평평하고 납작한 돌맹이들을 주워서 물수제비를 떠보기도 하고, 가만히 먼 바다를 바라보기도 했다. 노을이 진 듯이 울긋불긋해진 바다. 파도는 잔잔하게 계속 해변으로 스며들었다.
해변에서 시간을 보내다가 다시 걷기 시작했다. 우리의 목표는 하선대, 하선대까지는 조금만 더 걸어가면 되었다.
드디어 하선대에 다다르게 된 우리, 나무 데크 위에는 커다란 안내판이 하나 서 있었다. 하선대에 얽인 설화를 전해주고 있었다.
작은 바위 위에 선녀가 내려와 놀았다고 먼 바다 위 암석의 이름은 하선대가 되었다. 옛날 옛적에 동해의 용왕이 매년 칠석날 선녀들을 이 바위로 초대하여 춤과 노래를 즐겼다고 한다.
용왕은 선녀들 중 가장 아름답고 마음씨가 착한 선녀에게 마음이 가서 왕비로 삼고 싶어했는데, 옥황상제가 허락하지 않았다. 용왕은 옥황상제의 환심을 사기 위해 바다를 고요하게 하고 태풍을 없애는 노력을 한다. 옥황상제는 이에 감복해 선녀와의 혼인을 허락한다.
너무 멀리 있어서 자세히 보이지는 않았다. 저 좁은 바위 위에서 선녀들이 어찌 춤을 추었을까 싶었다. 바위 위에는 하얀 갈매기들만 가득했다.
하선대보다 멀리 보이는 떨어지는 해와 해안 절벽이 더 아름다웠다. 아름다운 노을이 바다 전체로 퍼져나갔다. 허연 구름이 잔뜩 끼어서 흐리흐리했지만, 노을은 여전히 아름다웠다.
데크길을 따라서 돌아가는 길, 다음번에는 더 일찍 와서 둘레길을 쭉쭉 더 걸어보고 싶다. 걷는 것만으로도 힐링되던 호미반도 둘레길. 이제 다음번에 이곳을 찾는다면 추운 겨울 바다를 보게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