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기장의 치유의 숲을 찾아왔다.
땅바닥에 낙엽들이 그득한 늦가을,
바람이 불면 낙엽들이 춤을 추듯 땅위를 날아다녔다.
입구에 있던 안내판을 보고서
우리는 욕심 부리지 말고
큰바위 쉼터까지 가보기로 했다.
이 늦은 가을에 피어난
새파란 이파리들이 귀여워 보니 팔손이었다.
섬 주변을 여행하며 자주 보았던 녀석,
아마도 이파리가 8개라서
팔손이라는 이름이 붙은 것 같은데
잘 살펴보면 이파리가 9개인 녀석도 많았다.
쌀쌀해진 숲의 공기를 맡으며 걸어가는 길,
일주일 내내 지쳤던 마음이
몽글몽글 서서히 치유되는 것 같았다.
별다르게 멋진 전망이나
맛난 먹을거리 없이
이렇게 숲을 걷기만 해도 참 좋았다.
다 떨어져버린 낙엽들 뒤로하고
혼자 이파리들 잔뜩 매달고 있던 단풍나무
다른 단풍나무들은 다 빈가지 뿐인데
이 녀석만 유독 단풍의 절정을 맞고 있었다.
그래서 이 나무는
지나가는 사람들의 사랑을 독차지했다.
걷다 보면 테마를 가진 여러 길들이 나왔다.
누워서 명상을 하는 곳도 있었고
사색하는 조용한 낙엽길도 있었고
풍욕장과 쉼터들도 있었다.
가끔 생각날 때 이곳에 찾아와
평상 위에 누워
멍하니 새소리를 들으면 좋을 것 같다.
가을을 알리는 작은 열매들도 보았다.
이파리들은 다 떨어지고 없었지만
가지 끝에 매달린 다양한 열매들을 보니
아직은 가을이다 싶었다.
야자 매트 깔린 길 따라
걸어가다 보면 높다란 계단 길이 나왔다.
큰바위 쉼터로 가는 길이었다.
여기까지는 무던하게 왔는데
너무 무던하다 싶더니만
이렇게 계단들이 즐비한 길이 나타났다.
쉬엄쉬엄 계단을 따라서 위로 올라갔다.
솔직히 이 길 끝에
별다르게 무언가 있을 것 같지는 않았지만
왠지 큰바위 쉼터까지는 찍고 돌아가고 싶었다.
어느새 숨이 차오르고
우리는 계속 계단을 올라갔다.
오르고 나니 보이는 풍경은
헐벗은 가지들이 대부분이었다.
솔나무 가지들은 아직 푸릇푸릇해서
텅 빈 산을 그나마 채워 주고 있었다.
다시 입구로 되돌아오니
한시간 가량 지나있었던 것 같다.
가볍게 숲을 느끼며
조용히 사색하며 걸을 수 있었던 곳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