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엽들이 땅을 쓸고 다니는
겨울을 향해 달려가는 늦가을,
자작나무 숲을 보러 김천을 찾았다.
수도리 공영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국립 김천 치유의 숲을 향해 걸어갔다.
오르막을 걸어가면 훅 더워지고
가만히 서 있으면 으슬으슬 춥고
그런 날씨였던 늦가을이었다.
이제 곧 있으면 으슬으슬
엄청 춥겠지?
치유의 숲은 토, 일 휴관일이었지만
숲은 개방되어 있어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었다.
치유의 숲 건물을 지나서
안내판을 따라서 자작나무 숲으로 걸어갔다.
길이 잘 닦여 있어서
편한 운동화만으로도 충분했던
숲 속 트레킹 코스들이 이어졌다.
길가의 울타리 위에
가을철 뱀물림, 벌쏘임 주의라는
노란 현수막이 붙어 있었는데 조금 겁먹었다.
낙엽들이 우수수 많이 쌓여 있어서
혹시 지나가며 뱀이 있나 없나
한번 스윽 바닥을 보며 지나가게 되었다.
평평한 돌들이 깔린 길 따라서
위로 올라가는 길,
눈앞으로 보이는 나무들은
온통 헐벗어서 가지만 덩그러니 있었다.
작은 단풍 나무들은
추위에 이파리들이 다 오그라들어 있었다.
올라가다 뭔가 부스럭 거리는 소리가 들려
옆을 쳐다보았는데
노란색 담비를 만나게 되었다.
이야, 이렇게 실제로 눈으로 보는 것은
처음인 것 같다.
너무 귀여워서 담비를 쫓아가며
살금살금 걸어갔는데 어찌나 빠른지
이내 놓치게 되었다.
자작나무 숲 가는 길 만난 평상,
우리는 잠깐 평상 위에 누워서 시간을 보냈다.
평상 위에 누워 눈을 감았더니
졸졸졸 물 흐르는 소리가 들려오고
지저귀는 새소리도 들려왔다.
눈을 뜨면 새파란 하늘
그리고 하늘 위를 바삐 움직이는 구름들,
그 장면을 바라보고 있으니
몸과 마음이 편안해졌다.
평상에서 누워 시간을 보내다가
다시 몇 분 정도 걸어가니
곧이어 자작나무 숲이 나타났다.
하얗게 추위에 질린 듯한
자작나무들이 줄줄이 이어진 숲.
자작나무 가지 끝에는
아무것도 달린 것들이 없었다.
노랗게 물들었던 이파리들은
어느새 다 떨어져 땅바닥에 잔뜩 깔려
짙은 갈색으로 변해 있었다.
숲 더 깊숙한 곳으로 들어가려는데
반달가슴곰 출현주의 현수막을 보게 되었다.
나름 사람들이 자주 드나드는
인간 냄새 가득한 숲 같았는데
반달가슴곰이 나타나기도 하나 보다.
사실 산을 다니면서도
뱀이나 벌이나 곰이나
막상 나타나면 어떻게 해야할지 잘 모르겠다.
둘이 손 잡고 자작나무 숲을 거닐었다.
저벅저벅 저벅저벅
낙엽 밟는 우리들의 발소리가 들려왔다.
가지만 훵하니 남은 자작나무 숲은
아무도 보고 싶지 않은 것인지
주말에 왔는데도 사람들이 없어서
숲 속에 우리 둘 만 있는 것 같았다.
자작나무 숲에 있는
넙적한 바위 위에 앉아서 잠시 시간을 보냈다.
베낭 안에 싸온 뜨거운 물이 담긴 텀블러를 꺼내
쌉싸래한 커피를 내려 먹으며
자작나무 숲을 잠시 감상했다.
그렇게 한참을 앉아서 커피를 마시고
하얀 자작나무 숲을 둘러보고
새파란 하늘을 올려다 보기도 하고
시간을 보내다가 전망대에 올라가 보기로 했다.
오르막 산길을 따라서 전망대로 향했다.
멀리 이름 모를 나무 꼭대기에
겨우살이들이 주렁주렁!
동그란 공이 매달린 것처럼
엄청나게 자라나고 있었다.
겨우살이들이 이렇게 많이
잔뜩 모여서 자라나는 모습은 처음 보았다.
우리 둘 다 너무 신기해서
겨우살이들을 한참 관찰했던 것 같다.
언덕 위로 올라가며
자작나무 숲이 내려다 보였다.
멀리 산 너머로는 해가 넘어가고 있었다.
산 속이라 그런지 해가 금방 저무는 것 같았다.
날이 벌써 어둑어둑해지기 시작했다.
전망대에 오르면 자작나무 하얀 숲이
쫘악 펼쳐질 것으로 생각했다.
그런데 막상 전망대에 올랐더니
여러 나무들이 겹겹이 많이 있어서
전망이 잘 보이지 않았다.
사실,
이곳이 왜 전망대인지 잘 모르겠더라.
그래서 다시 내려갔다.
다음번에는 전망대까지 안와봐도 될 것 같다.
돌아가는 길은
우리가 왔던 길 거의 그대로 돌아갔다.
천천히 트래킹을 하고 숲에서 여유도 부렸더니
훌쩍 두시간 정도 지나있었다.
치유의 숲을 나와서 주차장으로 가는 길
산은 이제 헐벗어서 겨울 준비를 하고 있었다.
이제 곧 겨울이 찾아와
눈이 펑펑 내리는 날에 자작나무 숲을
다시 찾아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