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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 카파도키아 여행 렌트카로 셀프 그린투어하기, 나르 호수(Narlıgöl터) 분화구 트레킹지구별 여행자/튀르키예 (터키) 2023. 1. 5. 12:49728x90반응형
지난포스팅
카파도키아 여행 중 하루, 우리는 렌트카를 타고 멀리 나가보기로 했다. 카파도키아 지역은 워낙 넓어서 보통 투어를 신청해서 가이드와 함께 다니는 것이 일반적이다.
여러 투어 중에서도 그린코스는 으할랄라 계곡과 지하도시 데린쿠유 등 괴레메 마을에서 좀 떨어진 곳들을 돌아보는 투어이다. 지하도시는 왠지 흥미가 생기지 않아서, 으할랄라 계곡과 셀리메 수도원만 렌트카를 타고 직접 다녀오기로 했다.
으할랄라 계꼭으로 가는 길 중간에 우리는 'Narlıgöl'이라는 이름을 가진 카파도키아에서 유일한 분화구에 잠깐 들렀다. 괴레메 마을에서 으할랄라 계곡까지 가는 길 중간에 있어 잠깐 쉬어가기 좋은 명소였다.
끝없이 쭉 뻗은 도로를 달려갔다. 눈앞을 가리는 산이 없어서 하늘을 가르며 달리는 기분이 들었다. 넓게 펼쳐진 대지는 온통 모래빛이었다. 황량해보이는 이곳에도 무언가 자라나고 있는 것인지 궁금했다.
차를 타고 분화구 주변을 한바퀴 돌 수 있는 것 같았으나, 왠지 주변을 걸어보고 싶어서 우리는 차를 세워두고 밖으로 나왔다. 입구에는 현지 사람들이 간단한 군것질거리들을 팔고 있었다. 당나귀도 한 마리 묶여 있었는데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승마 체험을 하는 것 같았다.
커다란 분화구 안에는 에메랄드 빛깔의 물이 가득 고여 있었다. 황량한 사막 속 오아시스 같은 느낌을 자아내는 호수였다.
나르 호수(Narlıgöl)는 화산 활동으로 인해 만들어졌다. 커다란 분화구는 비교적 작은 규모의 화산폭발로 만들어진 것인데, 오목하게 들어간 화구에 지하수가 채워져 호수가 되었다.
새파란 하늘에는 구름 한 점이 없었다. 그 하늘 아래 펼쳐진 에메랄드 비단을 펼쳐 놓은 것처럼 매끈한 호수가 제 모습을 뽐냈다. 멀리서 보기에는 아주 부드럽고 깨끗해보였다.
분화구는 커다란 산 한 가운데가 오목하게 파인 형상이었다. 우리는 분화구 옆으로 난 둘레길을 따라 걸어갔다. 길 오른편은 호수였고 왼편은 커다란 절벽이 늘어져 있었다.
바닥에 깔린 돌덩이들은 모두 잿빛이었다. 누군가 와서 깔아 놓은 것 같지는 않았고, 이 땅에서 난 돌맹이들 같았다. 우리는 시커먼 화산재를 뒤집어 쓴 길을 걷는 듯 했다. 내리쬐는 태양볕이 뜨거워서 우리는 숨을 헐떡이면서 걸어갔다.
저 푸르른 호수는 티 없이 맑아 보이는데 왜 이리도 날이 무더운지. 길 주변에는 나무 한 그루도 없었다. 가시 돋힌 마른 작대기 같은 풀과 선인장 같아 보이는 식물 등 다 처음보는 것들이 주위에 널려 있었다. 우리는 작렬하는 태양빛을 그대로 맞아야만 했다.
눈이 부셔서 선글라스를 끼지 않으면 하늘을 바라볼 수 없었다. 평소에 선글라스를 잘 끼지 않았는데 카파도키아에서는 필수품이 되어 버렸다. 거의 반바퀴 정도 호수를 걸어왔을까? 우리는 분화구 호수 쪽으로 가보기로 했다.
가끔가다가 무질서하게 자란 올리브 나무들을 마주치게 되었다. 나무라고는 없는 요상한 사막에서나 살법한 식물들이 가득한 이곳에 그래도 올리브 나무는 자라나고 있었다. 건조하고 태양볕이 따가울 정도로 강렬하니 그런가 보다.
분화구 둘레로 작게 난 길이 보여서 걸을 수 있겠다 싶어 아래로 내려갔다. 건조하고 뜨거운 여름이라 옷을 시원하게 입고 왔는데 트레킹을 하기에는 좀 버거웠다. 마른 땅 위에 가시 돋힌 식물들이 많아서 고생을 좀 했기 때문이다. 이럴 줄 알았으면 긴 바지에 운동화를 신고 오는 것인데.
아주 조심조심 한 발자국씩 걸어 들어갔다. 샌들 신은 내 발에 가시가 박힐까봐 조심히 걷느라 분화구 옆 작은 길까지 가는데 꽤나 시간이 걸렸다. 태어나서 처음 보는 기괴한 식물들이 널려 있었다.
멀리서 보기에는 한없이 평화로워 보이기만 하던 곳인데, 가까이에서 바라보니 온통 가시 밭이었다. 그런데 이 메마른 땅에도 꽃들이 피어 있어서 놀라웠다. 꽤나 다양한 꽃들이 우리들의 눈을 즐겁게 해주었다. 무리지어 피어나 꽃밭을 이룬 곳도 있었다. 아름다웠다.
모두 처음 보는 꽃들이었는데 새로 보이는 꽃이 생길 때마다 기념삼아 하나씩 꺾어 일기장에 책갈피처럼 꽂아 두기로 했다. 색깔도 모양도 제각각인 아름다운 꽃들을 보며 행복했다.
작은 길을 따라 걸었다. 꽃들을 보고 멀리 솟아 오른 흑벽을 보고 푸르른 호수를 보았다. 색다른 풍경 속에 우리 둘 뿐이었다. 환상 속을 걷는 기분이랄까, 현실인데 현실 같지가 않았다. 메마른 땅 같았지만 호수 근처에는 그래도 나무들이 꽤나 있었다.
호수에 가까이 다가가면 물을 자세히 들여다볼 수 있을 줄 알았다. 그런데 가까이 다가갈수록 호수는 멀어지는 것 같았다. 갈대 같은 녀석들이 벽처럼 호수를 두르고 있어서 가까이 다가가면 오히려 호수가 보이지 않았다.
호수 근처까지 걸어갔다가 다시 돌아서 길로 나온 우리, 호수 한바퀴를 돌기에는 너무 긴 코스라서 반바퀴만 걷고서 돌아갔다. 왔던 길을 따라 올라갈까 하다가 작게 호수 옆으로 난 길을 따라 올라왔다.
올라가는 길은 사람들이 별로 지나다니지 않았는지 가시 돋힌 식물들로 가득했다. 편할까 싶어서 호수 옆으로 올라갔더니만 길이 더 고되었다.
위로 올라오고 나니 우리가 걸었던 길이 훤하게 보였다. 우리가 저 가시밭길을 걸었다니, 방금 전 일인데도 믿기지가 않았다. 어디 하나 긁히지 않고 무사히 올라와서 다행이다 싶었다. 멀리서 보기에는 호수와 땅은 평화롭기 그지 없었다.
차에 들어와 에어컨을 켜고 땀을 식히려고 하는데 차 시동이 걸리지 않아서 진땀을 뺐다. 이 먼 이국에서 렌트카 고장이라니, 전화해서 견인차를 불러야하나 싶었는데 계속 시도해보니 시동이 팍 걸려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정말 식은땀이 줄줄 흘러내리던 순간이었다.반응형'지구별 여행자 > 튀르키예 (터키)'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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