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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파도키아 자유여행 으흘랄라 계곡 트레킹과 차를 마시며 보낸 느긋한 오후 (Belisırma Valley Access)지구별 여행자/튀르키예 (터키) 2023. 1. 11. 16:19728x90반응형
지난포스팅
으흘랄라 계곡 트레킹에 본격적으로 나서기 전, 우리는 근처 식당에서 배를 두둑하게 채웠다. 계곡물에 발도 담궈보고 자그만한 물고기들도 잔뜩 본 상태가 계곡에 대한 기대가 더 뿜어 올라간 상태였다. 앞으로 우리가 보게 될 계곡이 무척 맑고 청정할 것만 같은 느낌이었다.
우리는 별 생각 없이 왔기 때문에 어디까지 가야한다는 목표의식이 없었다. 그저 길을 따라 걷고 걷다가 힘들면 돌아오기로 생각하고, 일단 입구에 들어섰다.
계곡으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입장료를 내야했다. 우리는 으흘랄라 계곡만 돌아볼 생각이었으니 계곡의 입장료 90리라만 내고 안으로 들어갔다.
쭉 뻗은 계곡을 따라서 길을 걸어갔다. 길은 걷기 좋게 잘 닦여 있어서 걷는데 어려움이 없었다. 걷다가 더우면 옆에 계곡으로 다가가서 시원한 물에 발을 담그면 되니 천국이 따로 없었다.
맑은 물 안에는 잔잔한 물고기들이 아주 많았다. 우리가 다가가면 후다닥 흩어져버렸지만 말이다. 시원한 계곡물에 물을 한참 담그고 있다가 걷고 또 다시 더워지면 계곡물에 물을 담그고 그렇게 길을 걸어갔다.
길을 걸다가 올리브 나무들을 참 많이도 보았다. 이렇게도 큰 올리브 나무는 처음 보았다. 한국 이곳저곳을 여행 다닐 때 마을마다 오래된 느티나무 한 그루가 마을 입구에 서 있었다. 마치 그 모습처럼 목대가 단단하고 오래되어 보이는 커다란 올리브 나무들이 즐비했다.
올리브 나무들이 터널을 이루면서 그늘을 만들어 주었다. 올리브 나무의 그림자들이 길 위에 일렁였다. 길마다 드리워진 그림자 덕분에 강렬한 카파도키아의 태양볕을 피할 수 있어 걷기 수월했다.
으할랄라 계곡길을 거닐며 인상적이었던 것은 하늘 높이 솟아 오른 거대한 암벽들이었다. 쭉쭉 하늘을 찌를 것만 같이 높게 솟아 오른 암벽들의 모양이 다 제각각이라서 지나가며 그 암벽들에게 이름 붙이는 재미가 있었다.
그리고 암벽들 근처에는 언제나 쭉쭉 높에 뻗어 오른 나무들이 있었다. 하얀 목대를 가진 이름 모를 나무들, 얇지만 높게 솟아오른 그 나무들도 족히 몇백년은 넘어 보였다.
카파도키아에 도착해서 괴레메 마을로 이동해 하루를 보내고 나서, 이곳은 정말로 척박한 땅이었겠구나 생각했었다. 온통 황무지 들판에 모랫빛 암산들 뿐이었으니 말이다. 커다란 나무들은 보기가 무척 힘들었다. 그런데 으흘랄라 계곡은 생명이 살아 숨쉬는 곳 같았다. 이름모를 갖가지 꽃들이 가득했고 올리브 나무들이 물가에 널려 있었다.
아주 오래 전 이 계곡은 사람들에게 활력을 가져다주는 그런 소중한 장소였겠구나 그런 생각이 들었다. 척박해보이기만 하던 이 땅에도 물이 흐르고 나무들이 살고 있었다. 왠지 우리는 숨겨진 오아시스를 걷는 것 같기도 했다.
우리는 따로 어디까지 가겠다 생각을 해두고 걸어간 것이 아니었다. 자유여행이었기 때문에 그저 마음 내키는대로 걷고 멈추고 또 걷고 멈추고 그랬다. 그러다가 '티 가든(Tea Garden)'이라는 안내판을 보고 잠시 쉬어가보기로 했다. 계곡을 느끼면서 차 한 잔 하고 가면 참 좋을 것 같았다.
계곡물이 흐르고 있는 길 위에 테이블과 의자가 놓여 있었다. 우리는 그 중 한 곳에 자리를 잡고 메뉴판을 쥐어 들었다. 당 충전을 위해 오렌지 쥬스 한 잔 그리고 몸을 따뜻하게 데워줄 애플티를 하나 주문했다.
계곡물에 발을 담그고 시원한 협곡의 바람을 느끼며 마시는 쥬스와 차. 물 속에 담근 발을 흔들흔들거리며 즐거운 대화를 나누고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졸졸졸 흐르는 물소리, 펄럭이는 붉은 국기와 거대한 절벽. 모든 장면들이 신기하고 기이했다.
흐르는 물살을 따라 오리들이 떠다녔다. 물살에 몸을 맡긴 듯한 오리들은 사람들이 던져주는 빵 쪼가리에 후다닥 모여들었다. 이곳에서 일하는 사람들도 빵이 남으면 잘게 부숴서 오리들에게 던져주었다.
여유롭게 티 가든에서 시간을 보내다가 이제 차를 세워둔 곳으로 돌아가기로 했다. 원래 계획은 으흘랄라 계곡을 트레킹하다가 소금호수로 가서 일몰을 보는 것이었다.
그런데 지금 당장 소금호수로 떠나도 일몰은 빠듯하게 볼 것 같았고, 근처 셀리메 수도원에 가자니 오후 5시까지만 오픈해서 문을 닫을 것 같았다. 그래서 그냥 우리 호텔로 돌아가 선셋 포인트에서 일몰을 구경하기로 했다.
돌아가는 길은 우리가 걸어왔던 길을 되돌아가는 것이었다. 한번 걸어보았던 길이었기에 돌아가는 길은 아주 수월했다. 고작 한 번 걸었을 뿐인데 이리도 익숙할 수가 있을까? 이제 지나가면 언제 다시 볼지 모르는 모습들이었기 때문에 눈에 꾹꾹 눌러 담았다.
이 뜨거운 태양볕 그리고 시원한 계곡물과 아름다운 들꽃들, 암벽들, 상쾌하던 바람과 올리브 나무 그늘에 들어섰을 때 일렁이던 그림자들, 이제는 사진이나 동영상 속에 남은 기억의 파편이 되어버렸다. 모두 참 그리운 순간순간들이다.반응형'지구별 여행자 > 튀르키예 (터키)'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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