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이 내린 방콕 구시가지. 골목 끝으로 왓포의 높이 솟아오른 불탑이 반짝였다. 방콕을 떠올릴 때면 왓포가 제일 먼저 생각난다. 이어서 강변에 뜬 왓아룬의 모습이 떠오른다. 이 모습이 그리워서 마지막 날은 구시가지에 숙소를 잡았었다.
왓포 근처의 호텔에 방을 잡아서 테라스 너머로 반짝이는 왓포가 보였다. 골목에는 어둠이 진하게 내렸는데 멀리 보이는 사원은 황금빛으로 반짝이고 있었다.
우리는 마지막 이 밤을 끝으로 한국으로 돌아가야했다. 숙소에서 조금 휴식을 취하다가 거리로 나섰다.
근처 왓포에 가서 반짝거리는 불탑과 사원을 구경했다. 늦은 밤에 왓포에 가면 입장료가 따로 없었다. 금빛 장식들은 조명을 받아서 낮보다 더 화려하게 반짝였다. 번잡했던 낮과는 달리 고즈넉한 사원, 낮보다 밤에 찾았던 왓포가 더 좋았다.
왓포를 둘러보고 근처에 있는 바를 찾았다. 짜오프라야 강 위로 일렁이는 왓 아룬의 반영을 볼 수 있는 테라스가 딸린 바였다. 어느 호텔에 들어서서 왠지 허술해보이는 작은 계단을 따라 올라가니 거짓말처럼 왓아룬이 나타났다.
아름다웠다. 낮에는 하얗게 보이던 왓아룬이 황금빛으로 반짝이고 있었다. 고요한 강 위에는 몇몇 유람선들이 지나다니고 있었다. 방콕의 마지막을 보내기에 참 좋은 곳이었다.
우리 둘은 마지막 밤을 기념하며 칵테일을 한잔씩 마셨다. 반짝이는 왓아룬을 바라보며 여행을 돌아보고, 좋았던 시간들을 생각하며 추억에 잠겼다. 여행의 마지막은 항상 아쉽다. 왔다가 떠나야만 하기에 그런 것일까?
바에서 시간을 보내다가 호텔로 돌아왔다. 테라스 문을 여니 반짝이는 왓포가 눈앞에 아른거렸다.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여행의 한 장면이다. 오랜 세월이 흐른 뒤에도 왓포는 저 모습으로 그대로 서있을 것 같다. 다시 볼 그날에는 우리는 참 많이도 변해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