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캬비크에서 짧은 하루를 보내고 다음날 이른 아침 우리는 싱벨리어 국립공원을 찾아갔다. 레이캬비크에서 링로드 1번 국도를 따라서 1시간 정도 달려가면 싱벨리어 국립공원이 나온다.
싱벨리어 국립공원(Þingvellir National Park).
별도의 입장료는 없었고 주차를 하는 경우 주차요금을 내야한다. 사실 차를 이용하지 않는다면 올 수 있는 방법이 별로 없기 때문에 주차요금이 입장료인 것 같기도 하다.
싱벨리어 국립공원은 아이슬란드에서 가장 먼저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곳이며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선정된 곳이기도 하다. 넓게 펼쳐진 습지 같은 호수가 내려다 보이는 국립공원을 천천히 둘러보았다. 길이 잘 닦여 있어서 어려움 없이 걸을 수 있었다.
싱벨리어 국립공원은 북아메리카 판과 유라시아 판이 만나는 곳이기도 하다. 화산 활동을 통해 만들어진 검은 기암들을 쉽게 볼 수 있었다. 아직도 이곳에서는 주기적으로 지진이 일어나며 매년 두 판 사이가 벌어지고 있다고 한다.
거대한 검은 절벽 사이로 난 길을 따라서 아래로 내려다 보이는 풍경 속으로 들어갔다.
싱벨리어 국립공원이 유명한 것은 지질학적인 특별함에 때문이기도 하나, 역사적인 의미가 담겨있기에 더욱 그러하다.
노르웨이에서 이주해온 초기 아이슬란드 정착민들은 다양한 씨족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씨족간의 분쟁을 해결하고자 싱벨리어에 각 씨족 대표들이 주기적으로 모여 회의를 열어 의견을 나누었다.
싱벨리어는 아이슬란드어로 의회의 들판이란 뜻을 지니고 있다. 아이슬란드의 의회를 알싱기 (Alþingi)라 부르는데, 이 알싱기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의회로 알려져 있다.
이끼들이 가득 깔린 초록 평원, 그 사이로 난 데크길을 따라서 걸어가는 사람들이 조그맣게 보였다. 곧이어 우리도 저 데크위를 걸어 이 아름다운 풍경 속으로 흠뻑 빠져 들어갔다.
호수는 짙은 안개가 낀 것처럼 새하앴다. 하늘이 하애서 호수도 덩달아 하애 보였던 것이다. 가지만 덩그러니 남는 것 같은 나무들이 듬성듬성 있었다.
위에서 내려다 보았을 때 눈에 띄던 잿빛 지붕의 교회. 우리의 발길은 그곳으로 향하고 있었다.
아이슬란드에서 최초로 세워진 싱벨리어 교회. 잿빛 지붕과 초록 창틀 그리고 아담한 사이즈의 교회였다. 외관을 봐서는 그리 오래되어 보이지는 않았다.
싱그러운 봄 빛깔 같은 이끼들이 사방 천지에 깔려 있었다. 잔잔히 고여있는 하늘이 담긴 호수, 그리고 멀리 우리가 걸어 내려온 거대한 암벽이 끝없이 이어진 모습이 보였다.
놀랍도록 새로운 풍경이었다.
우리가 아이슬란드를 찾은 때는 우리나라에 가을이 찾아오는 시월 즈음이었다. 노랗고 붉게 물든 작은 관목들을 보며 아이슬란드에서도 가을을 느꼈다. 암벽 아래에 솟아난 나름 키가 큰 나무들은 울긋불긋했다.
비가 내려서 풍기는 상쾌한 흙냄새가 기분 좋게 느껴졌다. 내리는 비를 조금씩 맞았는데 기분이 좋았다. 정화되는 느낌이랄까? 아이슬란드의 모든 것들은 깨끗하게만 느껴졌다. 자연 그대로의 모습이어서 그런가 보다.
커다란 호수를 한 바퀴 둘러 걸었다. 기괴한 암석들이 병풍처럼 두르고 있던 길로 돌아왔다. 아쉬운 마음에 자꾸만 뒤돌아 보았다.
내가 이런 곳에 오게 되다니, 보면서도 잘 믿기지 않았다.
안녕 아이슬란드
아이슬란드 여행 이야기를 담은 책이 나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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