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을 체크아웃하며 짐을 맡겨두고 밖으로 나왔다. 한국으로 돌아가는 비행기에 오르기 전, 우리에게 주어진 잠깐의 시간동안 뭘 해야할까 고민하다가 가볍게 호텔 근처를 돌아다니기로 했다.
모든 것들이 쨍하게 반짝거리던 날이었다. 눈을 두는 곳마다 너무 눈이 부셔서 눈을 제대로 뜨기 힘들었다. 하늘에는 풍성한 뭉게구름이 가득했다. 지평선에서 용이 솟아오르는 모습 같은 웅장한 구름이었다.
새떼들이 몰려다니며 건물 주위를 빙빙 돌았다. 이국적인 건축물과 몽환적인 구름이 어우러진 낯선 풍경을 바라보며, 우린 계속 갈라타 다리를 향해 걸어갔다.
파란 바다 위에 도시가 둥둥 떠있는것처럼 보였다. 이스탄불에 와서 노을 질 무렵에 탔었던 보스푸르스 유람선에서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올랐다. 어느새 시간은 흘러흘러 여행 마지막 날이 되었고, 모스크는 그림처럼 눈앞에 서있었다.
이 뜨거운 태양 아래서도 여전히 낚시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물통에 제법 생선들이 모여있는 걸 보니 낚시가 잘 되는 것 같다. 낚시를 해봤어야하나? 아마 우리는 더위를 견디지 못했을 것 같다. 낮과 밤 모두 북적거리는 갈라타 다리, 작렬하는 태양을 온몸으로 느끼며 다리 위에서 시간을 보냈다.
다리에 올라서서 보이는 푸르른 바다와 하얀 구름, 알록달록한 집들과 모스크. 이스탄불을 떠올리면 자연스레 이 장면이 생각날 것 같다. 뜨겁던 태양과 하늘을 바라보면 눈을 못 뜰정도로 엄청 눈부시던 느낌까지도.
갈라타 다리를 건너다가 되돌아서 갈라타 포트에 가보기로 했다. 포트까지 걸어가도 되지만 시간이 별로 없었기에 버스를 타고 갔다. 이스탄불에서 여행을 다닐 때 구글맵을 유용하게 썼다. 구글맵에서 안내하는대로 버스를 타면 길 찾기는 여렵지 않았다. 우리나라랑 다를 것이 없을 정도.
갈라타 포트는 뭔가 해안가 휴양지 느낌이 나는 장소였다. 바다를 보며 술을 마시거나 음식을 즐길 수 있는 곳들이 널려 있었다. 반짝이는 바다를 보며 거리를 걷다가 어딘가에 들어가서 시간을 보내고 싶었는데, 식당마다 만석이거나 너무 비싼 곳들만 자리가 남아있어서 정처없이 걸었다.
그러다가 들어가게 된 어느 식당에서 치킨 라이스를 먹었다. 오랜 여행에 한식이 그리워진 우리는 그나마 비슷한 쌀밥을 찾아서 식당에 들어왔다. 한입먹자마자 쌀알이 입안에서 녹아내리는데, 그냥 꿀맛이더라. 역시 한국인은 밥심이다.
우리에게 이스탄불에서의 하루가 더 주어진다면 과연 어떤 일들을 하며 시간을 보낼까? 그냥 길을 걷다 마주친 카페에 앉아서 짜이 한 잔을 마시며 여행을 찬찬히 돌아볼 것 같다. 대화를 나누고 글을 쓰고 그렇게 시간을 보내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