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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마모토 아소산 렌트카 여행 아소산 분화구와 쿠사센리일본 방방곡곡/규슈 2023. 4. 7. 11:11728x90반응형
지난포스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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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칸보 전망대에 들렀다가 아소산 분화구 쪽으로 길을 틀었다. 아소산은 아직도 활발하게 활동 중인 활화산이다. 분출된 가스가 별로 없으면 분화구에 가까이 가볼 수 있지만, 화산 활동이 활발한 때에는 입구가 통제된다고 들었다. 어떨지는 모르게겠지만 여기까지 왔으니 일단 가보기로 했다.
드라이브하던 도중에 보게 된 풀을 뜯는 소들. 방금 전에 아소산 소고기로 만든 덮밥을 먹고 왔는데 소들을 보게 되니 뭔가 뜨끔하더라. 붉은 빛이 도는 소들이었는데 울타리로 둘러진 경계 안에서 여유롭게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우와 이제 도착했다 싶었는데 철창문으로 닫혀 있었다. 아무래도 사유지인 것 같았는데 여기가 분화구라고? 뭐지 싶었는데, 우리 지도를 잘못 찍고 왔다.
어쩐지 모든 것들이 너무 순조롭다 싶었다. 분명 분화구를 찍었는데, 이러다 해가 저물 것 같아서 어쩌다 이렇게 된 것인지 생각할 시간도 없이 구글 지도에 아소산 정상 광장 옆에 있는 주차장(Asosanjoyuryo Parking Lot)을 찍고 다시 찾아갔다.
날이 흐렸다가 좋아졌다가 반복했다. 분명 아까 다이칸보 전망대에서는 구름이 걷히면서 날씨가 화창해지고 있었는데, 아소산 정상 광장에 가까워질수록 날씨가 나빠졌다.
너무 높은 곳에 올라와서 구름들이 이렇게 보이는 것일까? 아소산 높이가 1,592m 정도라고 하니, 그 아래에 있는 우리는 그래도 꽤나 위로 올라온 것 같았다. 귀도 살짝 멍멍해지고 구름들이 짙게 깔려서 도로 위가 잘 보이지 않았다.
구름들을 뚫고 주차장에 도착했는데 어째 차가 한 대도 없었다. 넓은 주차장에 오직 우리 뿐이었다. 그럴만도 한 것이 분화구는 당연히 막혔고 날씨도 좋지 않았다.
그래도 아쉬워서 차에서 내려 잠시 걸었다. 하늘은 구름으로 꽉 차서 잘 보이지 않았다. 사방이 구름이라서 우리가 서 있는 곳이 하늘 위에 둥둥 뜬 세상 같았다.
쿠로카와에서는 제법 따뜻했던 겨울 날씨였는데 아소산에는 아직 눈이 남아 있었다. 사실 이번 겨울 규슈 여행을 계획하면서 아소산 부근만 싹 돌 생각이었는데, 혹시라도 눈 때문에 고생할까봐 다음을 기약했던 터였다. 역시, 계획을 변경하길 잘했다.
을씨년스러운 바람이 휙휙 불어왔다. 내 뺨을 후려 치는 것 같은 차가웠던 바람. 구름이 어찌나 빨리 움직이는지 어디론가 이동하는 구름들이 눈에 선명하게 보였다.
아쉬운 마음에 어딘지도 모를 길을 막 걷다가 다시 차로 돌아왔다. 차 안에 들어오니 어찌나 따뜻하던지. 이제 숙소를 예약해둔 벳부로 돌아가야겠다 싶어서 구글맵에 호텔을 찍어두고 달려갔다.
그렇게 돌아가는 길에 갑작스럽게 들리게 된 쿠사센리. 애초에 계획했던 아소산 여행에서 알아봤던 곳이라, 엇 여기가 여기구나 하면서 차를 멈춰 세웠다.
아소산 화산 박물관 쪽에 차를 세워 놓고서 너른 초원을 걸으러 나왔다. 쿠사센리는 아소산의 기생화산 에보시 산의 분지인데 천리에 이르는 풀밭이라는 의미를 지녔다.
정말 천리인지는 알 길이 없었으나 넓기는 무지 넓었다. 끝없이 펼쳐진 초원과 멀리 보이는 눈 덮인 에보시 산, 신비로웠다. 하얀 설산을 보니 갑자기 훅 진한 겨울이 찾아온 것 같았다.
사람들이 조그만 점처럼 보였다. 바람 부는 초원 위를 걸어갔다. 땅 위로는 말라 붙은 풀들이 무성했다. 땅 끝에 다다르면 커다란 호수가 하나 나왔다.아소
호수 주변으로 쌓인 눈이 보이고 땡땡 굳어 있는 얼음 조각들도 보였다. 시커먼 빛깔의 구름이 호수 안에 담겨 있었다. 돌덩어리를 주워 던져 보았더니 팅하고 튕겨나갔다. 우리가 걷는 길 뒷편은 둥그스름한 언덕이 있었는데 제주도에서 본 오름 같은 모습이었다.
삼각대를 세워놓고 기념 사진을 남겼다. 아소산 분화구는 못 봤지만 멋진 에보시 설산을 두 눈에 담을 수 있어서 영광이었다. 계절마다 이곳을 찾아 기념 사진을 찍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봄날 푸르른 초원 위의 에보시 산과 호수의 풍경이 궁금하다.
한동안 호수 앞에 서서 사진을 찍고 있는데, 이곳에 출사를 온 것 같은 일본인들이 다가와서는 우리 사진을 찍어 주겠다고 그랬다. 니콘 카메라를 넘기니 찰칵찰칵, 아주 정성들여 사진을 찍어 주고서는 즐거운 여행하라는 말을 남기고 떠났다.
안녕, 쿠사센리! 이곳은 떠나면서도 다시 올 것 같은 예감이 강하게 들었다. 가까우니 2박 3일의 여유만 있어도, 그리우면 당장 찾아갈 수도 있는 그런 느낌이 들던 곳. 아마 올해 다시 아소산을 찾을 것 같다.
이제 진짜 벳부로 가는 길. 아소산에서 벳부까지는 차로 2시간 정도 걸리는 거리였다. 아마도 호텔에 도착하면 캄캄한 밤일 것 같았다.
차를 타고 도로 위를 달려가는데 저 멀리 움푹 파인 구덩이 같은 곳에서 연기가 스멀스멀 올라오고 있는 것이 아닌가? 구름인가 싶었는데 하늘로 솟아오르는 모양이 연기 같았다.
우리가 보려고 했던 분화구인가 싶어서 신이났다. 어찌되었건 여기 오길 잘했어, 그렇게 이야기하며 아소산에서 보낸 하루를 즐겁게 기억하기로 했다.
우리 진짜 이제 벳부로 가자 했는데 가다가 보이는 풍경이 너무 예뻐서 차를 또 멈춰 세웠다. 렌트카 여행하면 항상 이렇다. 가다 세우고 또 가다 세우고. 그래서 항상 생각했던 계획보다 시간이 늦어지긴 하지만, 그게 또 여행의 묘미지 싶다.반응형'일본 방방곡곡 > 규슈'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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