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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홋카이도 비에이 후비라노 여행 청의호수의 아름다운 노을을 바라보다
    일본 방방곡곡/홋카이도 2023. 9. 19. 0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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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름날 홋카이도,

    날씨가 끝내주는 날이었다. 렌트카를 타고 달리며 차창 밖으로 펼쳐진 풍경들은 그냥 그림 같았다. 너무 비현실적이라 그림 같다고 느껴지는건가? 새파란 하늘에 몽글몽글 솟아난 구름들, 낮은 산들, 산위에 어린 그림자가 보였다. 푸르른 밭은 끝없이 펼쳐졌고 누군가 살고 있을 작은 집들이 보였다. 그리고 기분 좋은 음악이 기분을 설레게 했다.


    여름 홋카이도 여행을 꿈꾸게 만들었던 청의호수. 어느날 푸른 빛깔의 아름다운 호수 사진을 보고 여름 홋카이도에 꼭 가보아야겠다 생각을 했었다. 그렇게 생각한지 몇년째, 그러다가 드디어 찾게 된 청의호수. 생각만 하던 순간이었는데 실제로 이뤄지게 되는구나, 계속 원하다보면 결국에는 이뤄지나 보다.


    하얀 목대가 아름다운 자작나무들이 쭉쭉 뻗은 흙길을 따라 걸어 들어갔다. 여름날이라 이파리들은 하나 같이 다 싱그러운 연두빛이었다. 길을 좀 걷다 보면 빽빽한 이파리들 너머로 푸른 호수가 얼핏 보이기 시작했다.


    고요한 호수 위에 아름다운 반영이 떠 있었다. 쭉쭉 뻗은 죽은 나무 가지들과 푸르른 산, 그리고 푸르른 하늘이 그대로 호수 위에 담겨 있었다. 이야아, 아름답다!

    이 아름다운 호수는 자연이 만들어낸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알고보니 최근에 생겨난 호수였다. 1988년에 근처 화산이 폭발했는데 그로 인해 흘러드는 퇴적물들을 막기 위해 제방이 만들어졌다. 그 제방 뒤로 비에이 강에서 흘러든 물이 고이며 호수가 생겼다고 한다.


    호수가 푸르게 보이는 이유는 흘러든 강에 포함된 알루미늄 성분 때문이라고 한다. 하지만 언제나 푸르게 보이는 것은 아니다. 날씨나 계절, 시간에 따라서 호수는 시시각각으로 빛깔이 변한다.

    우리는 구름이 많이 낀 하지만 바람은 없던 여름날에 이곳을 찾았다. 때마침 해가 저물어가던 시간이라 아름다운 노을을 함께 볼 수 있었다.


    길게 펼쳐진 흙길을 따라서 걸어갔다. 자작나무들은 길마다 우리를 반겨주었다. 걷다 보니 구름 사이에 가려졌던 해가 고개를 내밀었는지 호수 위 풍경이 노르스름하게 물들었다. 저무는 햇살이 호수 위로 스며들고 있었다. 우리 정말 딱 좋은 시간에 호수를 찾아 왔나 보다.


    같은 공간이었지만 풍경은 시시각각 변했다. 하늘에 구름이 가득 찰 때면 호수 위도 하얀 구름으로 가득 찼다. 그러다가 구름이 스르륵 다른 곳으로 이동하면 해가 다시 나타났다. 곧 산과 호수, 하늘을 온통 붉게 물들여 버렸다.


    길의 끝까지 걸어갔다가 다시 돌아서 걷기 시작했다. 떠나기가 아쉬워서 길을 왔다갔다 여러번 했던 기억이 난다. 노을은 점점 더 짙어져갔고 청의호수의 풍경은 더 황홀해졌다.


    인상파 화가들이 이런 자연의 모습을 보고 그림에 막 담아내고 싶었던 것일까? 우리는 그림 대신에 사진으로 시시각각 변하는 풍경들을 담았다.


    몽글몽글 솜사탕 같은 구름들이 붉게 물들어서 반짝였다. 하늘에도 구름이 두둥실, 호수 위에도 구름들이 두둥실 떴다. 호수를 찾기에 너무 늦은 시간이 아닌가 걱정했었는데 기우였다. 이 시간에 온 덕분에 이렇게 멋진 풍경을 볼 수 있게 되었다.


    청의호수를 떠나기 전 보았던 불타오르는 것 같던 구름들이 기억에 남는다. 푸른 호수 위에 뜬 구름은 곧 터져버릴 것처럼 붉게 보였다. 한 폭의 수채화 같던 장면이었다.


    해는 이제 완전히 다 저물어 버린 듯 보였다. 근처에 있는 흰수염 폭포에도 들르고 싶었는데 해가 다 져버리면 보기 어려울 것 같아 서둘러 호수를 나왔다.

    돌아갈 때 보니 주차장에 차가 몇 대 없더라. 우리가 이곳에 참 오래 있었나 보다. 나갈 때 주차료 500엔을 내미니 푸르딩딩한 호수 사진이 담긴 표를 받았다. 기념으로 일기장에 끼워 넣고 흰수염 폭포로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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