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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도영화제 시즌1 순천, 조례호수공원 청춘의 십자로 변사 상영 & 교실안의 야크 상영우리나라 방방곡곡/전라도 2023. 10. 24. 12:58728x90반응형
남도영화제 1일차, 10월 13일
- 청춘의 십자로 변사 상영 (조례호수공원)
- 교실안의 야크 야외 상영 (조례호수공원)
금요일, 퇴근하자마자 바로 우랑 나랑 순천으로 달려갔다. 남도영화제를 즐기기 위해서 미리 순천 게스트하우스에 2박을 예약해두었다.
체크인을 마치고 짐 풀자마자 버스타고 순천 조례호수공원으로 향했다 😃😃
우리 둘은 예전부터 영화제를 참 좋아했다. 특히 같이 많이 찾았었던 전주 영화제가 기억에 많이 남는다. 요근래 다시 가보았는데 예전 느낌이 안나서 되게 실망했었다...!
사실 남도 영화제도 그다지 큰 기대는 없었다. (왜냐면 너무 기대하면 실망할 수도 있으니까, 넘 기대하지 말자구 맘 추스림..ㅋㅋ) 그저 영화제라니까 영화광인 우(Woo)가 좋아하기도 하고, 영화광 우 보다야는 못하지만 그래도 영화 좋아하는 나(Na)도 신이나긴 했지.
미리 남도영화제 홈페이지에 가서 고심고심하면서 알아보고 선택한 우리의 첫번째 코스, 청춘의 십자로 변사상영!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장편 무성영화인 점도 끌렸고, 배우 조희봉님이 변사로 나오고 라이브 연주까지 곁들여진다고 하니 호기심과 기대를 품고서 조례호수공원을 찾았다.
우리가 순천을 꽤 많이 와봤는데도 조례호수공원은 처음이었다. 순천만 습지나 정원, 낙안읍성 같은 유명한 관광지나 찾아가지, 이런 공원을 올 일은 없었던 것 같다.
시작된 상영, 하얀 스크린 위로 오래된 흑백 영화가 흘러나오고 조희봉 배우님이 변사를 맡아 맛깔나게 이야기를 풀어나갔다.
진짜 재밌었다. 배우는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니구나 느꼈다. 발성과 연기, 목소리만으로도 아우라가 느껴졌다. 혼자 북치고 장구치시고 다 하시는데 너무 재미나고 즐거웠다. (심지어 스크린속 배우가 물을 마시면 그 때 잠깐 목을 축이시는 모습이 프로같았지.)
무성영화라서 집중이 되려나 싶었는데, 너무 재밌었고 나중에는 흠뻑 빠져들어서 영화를 봤다. 완전 색다른 경험이었다.
멋지고 아리따운 뮤지컬 배우님들이 나와서 영화 속 남녀의 입장에서 노래를 부르기도 했고, 영화 중간중간마다 영화의 분위기에 맞게
연주자분들이 라이브 연주를 해주셔서 너무 황홀했다.
이렇게 멋지고 좋은 공연을 공짜로 봐도 되는걸까, 막 어딘가에 돈을 내고 싶었다. 진짜 앞으로 이런 공연들이 더 많아지고 접근이 쉬워지면 좋겠다.
처음 상영할 당시에는 어땠을지 모를 영화 대사 사이 사이의 공백들. 그 공백들이 세월을 지나 변사상영을 거듭하며 변사, 공연자, 기획자의 의도나 상황에 따라 무수히 변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흥미로웠다. 이번 공연은 영화와 연극의 그 어떤 중간지점 같았다.
영화처럼, 연극처럼, 뮤지컬처럼 즐긴 행복한 시간이었다.
마지막에 인사하실 때 괜히 울컥했다. 너무 즐거운 시간을 보내서 우리가 더 고맙고 인사를 드려야하는데 말이지...감동이 가시지도 않았는데 곧이어 '교실안의 야크' 야외 상영을 시작하는지라 잠시 배만 채우려고 편의점 들러서 삼각김밥이랑 맥주를 사왔다.
사실 날도 춥고 첫날이라 숙소로 바로 들어갈까 싶었는데, 영화제 스텝분이 영화가 되게 좋다며 자리를 뜨는 사람들을 아쉽게 바라보는 모습을 보고 이어서 영화를 보기로 했다.
(그리고 날이 추워서 핫팩도 나눠주셨다!)
영화를 기다리며 허겁지겁 배 삼각김밥을 먹었다. 우리 저녁밥도 안먹고 영화에 이토록 진심이구나. 이런 경험은 어딜가서도 못하니까 그리고 너무 재밌으니까!
예전에 전주영화제 가서 야외상영했던 '트래쉬'라는 영화는 아직까지도 잊지못할 즐거웠던 기억으로 우리 둘 사이에서 회자되고 있다.
남도영화제에서의 순간들도 틀림없이 그럴 것 같다.
'교실안의 야크'는 부탄의 수도 팀부에서 교사생활을 하던 젊은 청년이 부탄 산골마을 루나나로 부임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영화였다.
청년은 도시에서 보내는 교사로서의 삶에 염증을 느끼고, 호주로 이민을 가서 펼쳐질 새로운 삶을 꿈꾸고 있었다. 그러던 와중 산골마을 루나나의 교사로 부임을 받게 되고 전혀 다른 환경에서 시간을 보내게 된다.
자신에게 당연한 모든 것들이 당연하지 않은 루나나. 루나나 사람들은 순수한 마음으로 자연을 사랑하고 주어진 것에 감사하며 살아가고 있었다. 그리고 청년이 보잘것 없다고 여긴 교사로서의 삶을, 미래를 매만지는 일이라며 존경해준다. 청년은 오랫동안 느끼지 못했던 교사로서의 삶의 의미를 찾게 된다.
숨막힐 정도로 아름다운 부탄의 자연과 루나나 사람들의 순수한 마음이 우리에게 큰 울림을 주었다.
초가을 밤공기는 생각보다 찼지만 따뜻했던 영화 덕분인지 마음이 아주 몽글해졌다. 몇 시간 전 여기 올때까지만 해도 어색하던 조례호수공원이 지금은 우리집 앞 공원인양 편안하게 느껴졌다.
숙소에 돌아와서도 영화이야기는 끝나지 않았다. 편의점에서 사온 컵밥을 저녁으로 먹으며 내일 볼 영화들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내일은 단편을 보며 아침을 시작하고, 오후에 예매해둔 '그녀의 취미생활'을 보고, 강산에 라이브공연에 애니메이션 야외 상영까지 알차게 보는 코스로 정했다.
이미 너무 신나고 재미있는 영화를 두 편이나 보았기에, 내일부터 보는 영화가 모두 재미없더라도 만족스러운 영화제로 기억될거라며 흐뭇해하며 잠자리에 들었다.반응형'우리나라 방방곡곡 > 전라도'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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