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요르단 페트라 여행 절벽 위에 올라 알 카즈네 조망하기, 알 굽타 트레일(Al Khubtha Trail) 트레킹
    지구별 여행자/요르단 2023. 10. 31. 10:37
    728x90
    반응형


    왕가의 무덤군을 걷다가 우린 알 굽타 트레일에 들어서게 되었다. 사실, 황량한 들판 위에 덩그러니 놓인 안내판을 보기 전까지는 우리가 걷는 곳이 어딘지 잘 몰랐다. 안내판을 보고 나서야 어떤 트레일에 들어섰구나를 깨달았다.

    황량한 모래 들판 위에 암산이 거대한 서있었다
    덩그러니 놓인 알 굽타 트레일 안내판


    커다란 암벽 사이로 해가 다 떠오르기 전이었고 아직 우리 체력도 쌩쌩했기 때문에 더 걸어 보기로 했다.

    길 끝에 무엇이 있을런지는 알 수 없었다. 얼마나 더 걸어야하는지도 몰랐다. 그러나 어쩌면 인생에 단 한 번 뿐일 수도 있는 페트라에서의 시간, 후회없이 보내고 싶어 궁금한 길은 그냥 걷기로 했다.

    끝없이 이어진 계단을 걸어갔다
    다른 차원으로 들어서는 듯 신비로웠던 시작
    반대편으로는 우리가 지나온 길이 보였다


    깊은 협곡 오른편으로 난 돌계단을 따라서 걸어갔다. 끝없이 이어진 계단은 커다란 암석을 깎아서 만든 것 같았다. 얼마나 오래 전부터 이곳에 있었는지 모를 계단, 수많은 이들이 이 바스러져가는 계단 위를 걸었겠지?

    우릴 쫓아오던 고양이 한마리
    계단은 돌을 깎아 만들었고 난간은 돌을 쌓았다


    계단을 올라가는데 왠 검은 줄무늬 고양이 한마리가 우릴 따라왔다. 우리가 반가운 듯 낭창한 걸음걸이로 다가온 고양이는 계속 우리 주변을 기웃거렸다.

    사람들이 먹을 것들을 나누어 주어서 사람을 쫓는 것 같았다


    높다란 계단 잠깐 벽돌로 쌓은 난간에 앉아 쉬어가려는데 고양이가 폴짝 난간위로 올라왔다. 그러고는 우리에게 다가와 몸을 부비부비 거리는데 어찌나 귀엽던지.

    (사실 우리보다는 먹을 것이 든 것으로 추정되는 우리 가방에 더 관심이 많은 것 같았지만...^^)

    페트라가 고향인 고양이일까?
    검은 줄무늬에 보슬보슬한 털, 너무너무 귀여웠다


    귀여운 고양이와 인사를 하고 다시 길을 걷기 시작했다. 계단은 커다란 암석을 깎아 만든 것처럼 보였다. 계단끼리의 간격이나 높이가 일정하지 않았고 암석 특유의 무늬가 살아 있었다.

    물결무늬의 계단을 올라갔다
    암석의 무늬가 아름다웠다
    제법 위로 올라왔다
    웅장한 장밋빛 협곡
    어디까지 이어진 것일까, 다 걷기 전엔 알 수 없었다


    끊없이 이어진 것 같던 계단을 한칸한칸 올라갔다. 높다란 암벽 덕분에 시원한 그늘 아래를 걷다가, 어느순간부터는 너무 높이 올라와 그늘이 사라져 땡볕 아래를 걷기 시작했다.

    땡볕 아래였지맘 풍경은 기가 막혔다


    비록 땡볕 아래였지만 눈앞에 펼쳐진 풍경들이 입이 떡 벌어질 정도로 근사해서 위안이 되었다. 높은 곳에 다다를수록 풍경은 더 멋있어졌다. 이래서 사람들은 위로, 또 위로 끊임없이 오르나 보다.

    웅장한 암산의 모습
    머리에 스카프를 칭칭 둘렀다


    머리가 너무 뜨거워서 가방 안에 있던 스카프를 꺼내 머리에 둘렀다. 모자를 들고왔으면 좋으련만, 생각을 못했다.  다행이 스카프라도 있어서 불타는 머리를 진정시킬 수 있었다.

    계단이 끝나고 절벽 위를 걸어갔다
    돌탑을 보고 우리도 근처 돌을 주워 탑 위에 올렸다


    위로 계속해서 오르던 계단이 끝나고 우리는 잠시 절벽 위 평탄한 길 위를 걸었다. 그러다가 작은 돌탑을 하나 발견했다. 그 모습이 신기해서 우린 주변의 돌들을 주워 탑 위에 하나씩 하나씩 돌을 쌓아 올렸다.

    지금도 그대로 있으려나 모르겠다.

    또 다시 이어진 계단
    우리가 방금 전에 들렀던 원형극장이 작게 보였다
    끝없이 이어진 길들과 거대한 암산


    조금 지칠 때 즈음 베두인의 움막이 나타났다. 이야, 잠깐 쉬었다 가라는 신의 계시인가 보다! 우리는 주저 없이 움막 안으로 들어갔다. 베두인 청년이 우릴 반갑게 맞아 주었다.

    트레일 중간에 있던 베두인의 움막
    차를 끓이고 있던 베두인 청년
    우린 콜라와 아이스티를 마셨다


    무더운 날 차를 마시기는 더워서 시원한 콜라와 아이스티를 사마셨다. 그리고 잠시동안 멋진 경치를 바라보며 멍 때리기 시간을 보냈다.

    우리가 걷던 길이 점점 아득히 멀어졌다
    나귀들도 더운지 그늘 밑에 움츠리고 있었다
    멀리 보이던 암산을 마주보게 되었다
    돌 틈에 피어있던 작은 꽃


    움막 안에서 조금 쉬다가 다시 걷기 시작했다. 거대한 암산 꼭대기에 올라 선 것 같았다. 정말 높이 올라왔다. 그리고 감격스럽게도 안내판을 발견했다.

    드디어 안내판이 나타났다


    오른쪽으로 가면 파노라마 뷰로 극장을 볼 수 있었고 더 앞으로 가면 알 카즈네를 파노라나 뷰로 볼 수 있다고 적혀 있었다.

    오호라, 사람들이 이래서 알 굽타 트레일을 걷는 것일까나?

    절벽 위에 서서 바라 본 극장, 이미 걸어오면서 많이 봤다는게 함정 😅😅
    오밀조밀 그늘 안에 모여 있던 산양들
    건물의 흔적이 곳곳에 남아 있었다
    이 높은 절벽 위에 무언갈 만들었다니 놀라웠다
    색색깔의 돌들로 장식된 바닥
    돌들이 장식적으로 배치되어 있었다
    굴러다니는 돌들이 이렇게 예쁘다니!


    이 높은 절벽 위에도 아래에서처럼 건물의 흔적들이 많이 남아 있었다. 오래 전 나바테아 인들은 어찌 이렇게 높은 곳에 올라와 돌을 쌓고 건물을 만들었을까? 특히 건물의 바닥으로 보이는 장소가 무척 아름다웠다. 색색의 돌들이 조화를 이루며 이리저리 배치되어 있었다.

    이 화살표를 보고 길을 찾아 걸어갔다 😂


    자, 이제 알 카즈네를 조망할 수 있는 곳으로 가야 했는데 길이 어딘지 알 수 없었다. 안내판을 보고 가는데 그 방향이 아니었다. 대체 어디로 가야하는 것이지 싶었는데, 요르단 경찰로 보이는 분들이 암벽 아래로 내려가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 그 뒤로도 사람들이 줄줄이 허허벌판 같은 곳을 걸어가는 것을 보고 저기다 싶었다.

    모험가가 된 것 같은 기분이 들던 길
    멀리서 보던 산양들이 옆에 돌아다녔다 ㅋㅋ
    이 황량한 모래 위에도 뭔가 자라나긴 했다


    허허벌판 같은 돌길 위를 걸어갔다. 길이 있나 싶었는데, 묘하게 길처럼 보이는 길(?)이 있었다. 그 길을 따라서 걷고 또 걸었다. 그리고 마침내 알 카즈네가 나타났다. 오전에 눈앞에서 마주 보았던 커다란 알 카즈네가 이제는 작은 미니어처처럼 보였다.

    얼핏 모습을 드러낸 알 카즈네


    사람들이 개미처럼 작게 보이는 걸 보니 알 카즈네가 얼마나 멀리 떨어져 있는 것인지 감이 잡혔다. 우리는 정말 높은 절벽 위에 서 있었다. 이대로 길이 끝은 아니었다. 절벽 위 작은 길을 따라 앞으로 더 걸어가면 베두임의 움막이 나타났다.

    조금 더 길을 따라 걸었다
    절벽 위 땡볕 아래 매여 있던 나귀 한마리..
    움막안에서 좋은 뷰를 볼 수 있었다


    베두인의 움막 안에서야 비로소 알 카즈네를 제대로 볼 수 있었다. 단, 움막에 들어가서 뷰를 보려면 음료를 하나씩 사 먹어야 했다. 우리는 오렌지 쥬스를 주문했는데 베두인이 오렌지를 잘라 기계에 넣고 바로 착즙해서 건내주었다. 시원하고 달콤한 오렌지 쥬스를 한모금 넘기니 갈증이 스르륵 풀렸다.

    뷰를 보려면 베두인에게 마실거리를 하나 사야했다
    전세계 수많은 사람들의 낙서, 우리도 적었다 😃


    오렌지 쥬스를 벌컥 마시고 한숨 돌리며 절벽 위 움막에 앉았다. 그리고 멍하니 알 카즈네를 바라보았다. 내 눈앞에 있는 풍경이 진짜인가 싶었다. 이 거대한 바위를 어찌 깎을 생각을 했을까? 그리고 어찌 저렇게도 정교하고 아름답게 조각해낼 수 있었을까? 인간이란 존재가 참으로 대단하게 느껴졌다.


    방금 전 우리는 조그맣게 보이는 사람들처럼 분명 알 카즈네 앞에 서 있었는데, 이제는 절벽 위에 올라 앉아 알 카즈네를 내려다 보고 있었다. 페트라에서 보내는 순간들이 후루룩 금방 지나가는 듯 했다. 움막 안에 앉아 있으니 바람이 솔솔 불어왔다. 그리고 눈앞에는 비현실적인 모습으로 알 카즈네가 놓여 있었다.

    시간만 많으면 여기에 계속 눌러 앉아 있다가, 호텔로 순간이동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 둘은 한참 움막 안에 앉아 있었다. 기념 사진들을 남기기도 하고, 움막 안에 있던 고양이와 놀기도 했다. 그러다가 절벽 아래를 슬쩍 내려다 보면 정말 아찔할 정도로 우린 높은 곳에 있었다. 그 많은 계단들을 올라온 덕분에 이런 풍경을 볼 수 있게된 것이구나. 알 카즈네를 바라보며 멍을 때리다가 차 한 잔을 더 주문해서 마시기도 했다.


    눈앞에 펼쳐진 풍경은 이제 돌아서면 왠지 다시는 보기 어려울 것 같았다. 그래서 그런지 자꾸만 더 눈이 갔고 이곳에 더 머무르고 싶었다. 그러나 내일을 위해 우리는 돌아가야 했다. 아쉬운 마음을 가득 안고서 알 카즈네를 뒤로하고 왔던 길을 되돌아갔다.

    왔던 길을 되돌아 가는 길
    오늘 길에 보았던 그늘 밑 나귀가 그대로 있었다


    높이 올라온 만큼 내려가야 했다. 끝없이 이어진 계단을 보니 도대체 우리가 여길 어떻게 올라왔는가 싶었다. 잠시 정신이 나가있었던 것은 아닐까 싶기도 했다. 올 때와 달리 갈 때는 해가 중천에 떠오른 상태라 더욱 더 더웠다.

    왔던 길로 내려가는 길
    웅장한 암산과 계단들
    우리 어떻게 올라왔던 것일까?


    우리가 내려가는 동안 이제야 올라오는 외국인들도 있었다. 하나같이 숨을 헐떡거리며 땀을 줄줄 흘리고, 곧 죽을 것 같은 표정으로 계단을 오르고 있었다. 우리도 아마 올라올 때 그랬을지도 모른다. 내려가는 길, 그 기억들이 벌써 희미해져갔다.

    다시 만난 고양이


    거의 다 내려왔을 즈음에 아까 올라가는 길에 보았던 고양이를 다시 만나게 되었다. 암벽 아래 그늘진 곳에 누워 있다가 인기척이 들리자 고개를 들었다. 너, 아까 그 고양이니? 물어 봤지만 대답은 없었는데 올라올 때와 달리 우리에게 관심이 없어 보였다. 미안하다 고양아, 우리가 줄 것이 없구나.

    점점 땅과 가까워져갔다
    사람이 어마무시하게 많아졌다
    어딜가나 떙볕이다, 이른 아침에는 이러지 않았는데!


    마침내 절벽 아래로 내려왔을 때 '이야 다왔다'라는 생각이 잠시 스쳤지만, 이제 또 시작이었다. 알 카즈네를 지나 시크 협곡을 통과해 호텔로 돌아가야했다. 그리고 돌아가는 길은 그 분위기나 날씨가 올 때와 천지차이였다. 사람들이 어디서 다 나타났는지 정신이 없었고 햇볕이 살을 태우는 듯이 따갑고 무척 더웠다.

    어쩌면 페트라는 멋진 풍경도 좋지만 고생을 정말 정말 많이해서 더 기억에 남는 것일지도 모른다. 하하.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