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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요르단 여행 페트라 시크 협곡~알 카즈네 페트라 메인 트레일 하이킹
    지구별 여행자/요르단 2023. 9. 15. 1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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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페트라에서 하룻밤을 보내고 아침이 밝았다. 우리는 페트라 오픈런(새벽 6시에 오픈!)을 하기로 했기에 이른 새벽에 눈을 떴다. 여행의 피로가 가시기 전이라 몸은 천근만근이었지만 사람에 치이면서 구경하는 것은 질색팔색하는 타입이라 기어코 해뜨기 전에 일어났다.

    일찍 일어나길 정말 잘했다. 사람은 둘째 문제고 정오가 지나면 너무 더워서 걷기 힘들었다. 새벽에는 살짝 선선하고 바람도 좋고 걷기에 딱 좋았는데 말이다.

    오픈런하길 정말 잘했다!

    해 뜨기전 새벽, 우리가 머무르던 호텔 앞 풍경
    I ♡ PETRA
    페트라 비지터 센터 들어가는 입구

     


    일찍 일어나 준비를 마치고 페트라 비지터 센터(Petra Visitor Center)로 향했다. 우리 호텔은 비지터 센터 근처 언덕 위에 있어서 5분 정도만 걸어 내려가면 되었다. 가까운 곳에 호텔 잡기를 정말 잘했다. 입구 근처에 I ♥ PETRA 조형물이 있었는데, 사람이 없어서 여유롭게 앞에서 기념 사진도 남겼다.

    우리는 요르단 패스를 구입할 때, 페트라를 2일동 방문할 수 있는 패스를 골랐다. 그래서 첫날인 오늘은 알 카즈네까지 걸어보고(체력이 된다면 왕가의 무덤쪽도 가보기로 생각해둠), 내일은 백도어 트레일을 통해 알 데이르에 가보기로 했다.

    크게 볼 것(알카즈네, 알데이르)만 정하고 무작정 걸었는데, 이날 어쩌다 보니 왕가의 무덤 쪽 구경하다가 알 굽타 트레일(Al Khubtha Trail)을 걷게 되었고, 끝내 높다란 절벽 위에 올라서서 알 카즈네를 바라 볼 수 있었다. 이 글에서는 페트라 메인 트레일에 대해서만 적고, 다음 글에서 알 굽타 트레일에 대해 기록해보려고 한다.
     

     

    비지터 센터 안에 한국어 안내 책자도 있었다!
    안내 책자와 페트라 입장권
    여기서 표를 검사하고 안으로 들어갈 수 있다
    여름의 경우 7시. 겨울의 경우 5시까지 나와야 한다 (근데 캄캄하면 너무 무서워서... 진짜 그 전에 나와야할 것 같다)

     


    페트라 비지터 센터 안에 들어가서 요르단 패스를 내밀고 길쭉한 표를 받았다. 한국어로 된 안내 책자도 챙기고 룰루랄라 트레일 입구로 향했다. 입구에서 표를 검사 받고 안으로 들어오니 황금빛 길이 쭉 펼쳐져 있었다. 멀리 산 너머에서 해가 떠오르고 있어서 아침 햇살이 대지 위로 촤악- 비치는데 온세상 모든 것들이 황금빛으로 물들어 있었는데 그 모습이 장관이었다.


     

    해가 막 떠오르고 있었고 가게도 아직 문 열기 전, 호객꾼들도 일하기 전이었다 ㅋㅋ
    한적한 거리에 아침 햇살이 닿기 시작했다, 느낌이 너무 좋은걸?

     


    상쾌한 공기와 따스한 아침 햇살을 느끼며 걸어가는 길이 너무 즐거웠다. 이대로라면 우리 하루 종일 걸을 수도 있겠는걸? (하지만 이 길은.... 돌아갈 때는 땡볕으로 변했고... 타 죽는 줄 알았다 ^^)

    우리 앞에 어떤 일들이 펼쳐질까? 너무 신나서 가슴이 떨렸다.

    이른 새벽에 트레킹을 시작해서 좋은 점은 첫째는 날씨가 걷기에 딱이었다는 것이었고 둘째는 호객꾼이 없었다는 것. 보통 이 길을 걷다 보면 호객꾼들이 말을 타라고 타라고 엄청나게 들러 붙는데 우리는 둘이서 오손도손 대화 나누며, 아름다운 경치를 구경하며 천천히 걸어갈 수 있었다.

     

    밥 알 시크(Bab Al Siq)

     
    처음 만난 나바테아인들의 아름다운 건축물, 밥 알 시크(Bab Al Siq, 아랍어로 시크로 가는 관문이라는 뜻).

    알 카즈네와 알 데이르는 사진으로 많이 봤었는데, 시크 협곡으로 가는 길에 못 봤던 낯선 건축물을 만나게 되었다. 우러러 보아야할 정도로 큰 암석 위로 건물의 형체가 보였다. 가운데에 입구가 있었고 좌우로 기둥이 이어졌다. 천장 위에는 2층이 이어지고, 기둥들과 네 개의 삼각뿔 모양의 구조물이 보였다.

    신기했다. 돌을 깎아서 이렇게 건축물을 만들어내다니. 입이 떡 벌어졌다.
     

     

    그리고 언제부터 이곳에 자리 잡았는지 짐작조차 어려운 거대한 암석들이 널려 있었다. 아침햇살이 암석 위로 스며들고 있었다. 하늘은 새파랬고 구름 한 점 없었는데 모든 풍경들이 아주 낯선 장면들이어서 기이하게 느껴졌다.
    내가 바라 보고 있는 이곳이 과연 지구가 맞을까나?
     

     

    시크 협곡에 들어서는 길

     

    거대한 암벽 사이로 좁게 펼쳐진 길이 보이기 시작했다. 드디어 우린 시크 협곡에 들어서게 되었다.

    협곡 안으로 발을 딛는 순간 다른 차원의 세상으로 순간이동을 한 것 같았다. 거대하고 정교한 알 카즈네와 장엄하던 알 데이르를 처음 봤을 때도 감동받았지만, 시크 협곡에 들어서던 이 첫 느낌은 그 어떤 느낌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가슴 떨렸고 감동적이었기에 더 기억에 남는다.
     

     

     

    우리는 마치 탐험가가 된 것처럼 호기심 가득한 마음으로 협곡 사이 길게 이어진 길을 걸어갔다. 시크 협곡의 길은 1.2km 정도 이어지는데, 협곡의 끝에 닿으면 비로소 알 카즈네(Al Khazneh)를 만날 수 있다.
     

     

     


    해가 뜨기 전에 출발한 우리는 고요하고도 장엄한 협곡과 마주하게 되었다. 이른 시간이라서 지다니는 이들이 별로 없었다. 더욱이 정신을 난잡하게 만드는 호객꾼들은 전혀 찾아 볼 수 없었다.

    덕분에 천천히 협곡의 풍광을 눈으로 담으며 여유롭게 걸을 수 있었다. 그리고 협곡에서 멋진 기념 사진들을 많이 남길 수 있었다. 좁은 협곡 안이 사람들로 북적였다면 사진 찍기 힘들었을텐데, 우린 한적한 협곡 안에서 마음껏 사진을 찍을 수 있었다.


     

    수로처럼 보이던 파인 자국
    물이 고여있던 홀

     


    협곡을 걷다 보면 오래 전 나바테아인들이 만들어 사용했던 수로를 볼 수 있다. 암벽 아래 인공적으로 만든 깊게 파인 자국이 보이는데 아마도 저 사이 공간으로 물이 흘러갔나 보다. 이 황량한 암벽과 사막 속에 도시가 존재할 수 있었던 이유였다.
     

     

    아침 햇살이 닿은 암석 봉우리
    햇살이 점점 스며들고 있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바위 끝부터 천천히 노란 햇볕으로 물들어가기 시작했다. 나중에 다시 이 길을 따라서 호텔로 돌아가는 길에는 거대한 장벽들이 온통 노랗게 물들겠구나! 그 모습도 무척 아름다울 것 같다.

     

     

    길을 걷다가 암벽을 새겨서 만든 사람 형상의 조각들과 계단 모양의 조각, 댐처럼 보이던 구조물도 보게 되었다. 과거에 어떤 모습이었는지 상상하기 힘들 정도로 많이 부서지고 바래져서 희미해졌지만, 부서져가는 것들에게서 오래된 시간이 느껴졌다.


     

     

    그리고 드디어
    알 카즈네를 마주하게 된 순간!!!!


     
    와, 정말 멋있었다.
    다른 어떤 말이 필요할까?

    사진으로 그렇게 많이 보았건만 내 상상보다 훨씬 더 멋있고 감동적이었다. 때마침 아침 햇살이 알 카즈네를 사라락 비추고 있어서, 이 낯선 공간은 더 신비롭게 느껴졌다.

     

    알 카즈네(Al Khazneh)

     

    알 카즈네와 마주섰다. 그리고 천천히 그 모습을 눈에 담았다. 갑자기 시간이 멈춰버린 것 같았다. 이 세상에 우리 둘 그리고 알 카즈네만 존재하는 것 같았다. 이 위대한 건축물을 만들어낸 이름 모를 인간에 대한 경외심이 막 샘솟았다. 대단해.


     

     

    자세히 뜯어 볼 수록 놀랍기 그지 없었다. 이 거대한 바위에 어떻게 이렇듯 아름답게 무늬를 새겼을까? 바위에 새긴 조각은 조각이 아닌 것처럼 보였다. 정말로 기둥 같았고, 천장 같았고 손으로 톡 뜯어내면 건물이 튀어 나올 것 같았다.
    여행을 다니며 내가 모르는 것들이 점점 더 많아짐을 느낀다. 이 놀라운 유적을 난 왜 이제야 알게 되었을까? 아무것도 모를 때는 내 세상이 전부인 줄만 알고 살았건만.


     

     


    우릴 요르단으로 오게 만든 알 카즈네.


    알 카즈네의 모습을 보고 홀딱 반해서, 그리고 나바테아 인들의 신비로운 역사 때문에 '페트라'가 너무 궁금해서 요르단에 오고 싶었다. 요르단에 오기로 정하고 보니 페트라 말고도 매력적인 곳들이 참 많았지만, 그래도 제일 먼저 맘을 잡아 끈 것은 바로 이 알카즈네 아니던가? 그래서 더 가슴이 뭉클했다.


     

     



    알 카즈네를 한참 바라 보았다. 바라 보기만 하면 잊혀질 것 같아서, 사라질 것만 같아서 사진으로도 담고 동영상으로도 계속 담았다. 그렇게 흥분된 상태로 들떠있던 우리.


     

     


    알 카즈네 앞에는 베두인들과 낙타들이 있었다. 돈을 받고 낙타 위에 관광객들을 태워주는 것 같았다. 고민하다가 언제 이런 경험을 해볼까 싶어서 낙타 위에 올랐탔다.


     

     


    생각보다 낙타가 엄청 컸고, 낙타 위에 올라 타서 아래를 바라 보면 너무 아찔해서 안장 손잡이를 꽉 붙잡게 되었다. 진땀이 흐를 지경이었다. 무섭긴 했지만 베두인이 열과 성을 다해 사진을 찍어 주니 해맑은 웃음을 지어 보일 수밖에!


    페트라를 돌아 다니며 낙타들을 정말 많이 보았다. 베두인들은 낙타를 자유자재로 타고 다녔는데 마치 낙타와 하나가 된 것처럼 보였다. 특히 10살도 안되어 보이던 꼬맹이가 낙타 위에 올라 신나게 달리는 모습은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이들에게 낙타란 어떤 존재일지, 우리에게는 무척 낯선데 이들에게는 말이나 개와 같은 동물일까?


     

     


    멍멍이와 고양이가 알 카즈네 주변을 어슬렁거렸다. 멍멍이는 모래 바닥에 드러 누워 자고 고양이는 쫄쫄거리며 여기저기 돌아다녔다. 우리에게는 알 카즈네가 입 떡 벌어지는 광경인데, 이 녀석들에게는 그저 삶의 터전일 뿐이겠지?


    알 카즈네를 뒤로하고 길을 따라 더 앞으로 나아가보기로 했다. 길 끝이 어딘지 알 수는 없지만, 우리에게는 아직 체력이 남아있으니까 가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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