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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리랑카 엘라 여행, 리틀 아담스 피크(Little Adam's Peak) 트레킹아시아 여행기/스리랑카 2024. 8. 11. 11:48728x90반응형
아침에 창궐한 개미떼를 보고 잠깐 정신이 혼미해졌었다가, 정신차리고 베낭을 챙겨 들고 길을 나섰다.
이날 엘라에서 우리가 돌아보기로 한 곳은 '리틀 아담스피크'와 '나인아치브릿지'. 그중에서도 먼저 리틀 아담스피크에 가보기로 했다. 보통은 툭툭을 이용해서 리틀아담스피크까지 갔다가, 또 툭툭을 타고 나인아치브릿지를 둘러보고 오는 것 같았다. 그러나 우리에게는 시간이 참 많았고 걷는 걸 좋아라 하니까 마두산카 리조트에서부터 리틀 아담스피크까지 걸어서 가보기로 했다.
우리 리조트에서 리틀 아담스피크 포인트까지 거리를 구글로 따져보니 3.6km 정도였다. 걸어서 1시간 정도니까 뭐, 천천히 살랑살랑 걸어갔다 오면 되겠지 생각했다. 든든하게 베낭을 싸고 패기있게 리조트를 나섰다.
길을 나섰던 때가 오전 10시 즈음이었다. 리틀 아담스피크 트레킹이 시작되는 지점까지 30분 정도만 걸으면 되었기 때문에 여유로운 마음가짐으로 걸었다. 구글맵을 보면서 길을 찾아가는 길 보이던 낯선 풍경들이 재미났다.
얼마나 걸었을까, 구글맵을 따라 걷다 보니 'Mini Adam's Peak'라는 안내판을 보게 되었다. 우리가 길을 아주 잘 찾아온 것 같았다. 이제부터가 진짜 리틀 아담스 피크 트레일의 시작이었다.
잘 닦인 길을 따라서 걸어갔다. 길 위에서 우리처럼 걷는 사람들 몇몇을 마주쳤고, 지나가는 툭툭들도 꽤 많이 보았다. 길 오른편으로는 푸르른 차밭이 끊임없이 펼쳐져 있었다. 툭툭을 타고서 그냥 스쳐 지나갔으면 아쉬웠을 그런 풍경들이었다.
초록으로 물든 차 나무들이 동글동글한 모양으로 다듬어져 있었다. 차 나무가 자라는 속도가 어마무시해서, 찻잎을 따려면 저렇게 계속 나무가 작은 모습을 유지할 수 있게 다듬어주어야 한다고 들었다.
차나무들 사이사이로 좁은 갈색 흙길들과 하늘로 뻗은 키 큰 나무들이 보였다. 하늘에 걸려있는 작은 하얀 구름조각까지. 참으로 이국적인 풍경이었다.
길을 따라 걷다 보면 삼각꼴 모양의 거대한 바위산을 볼 수 있었다. 푸릇푸릇한 풀들이 바위산에 돋아난 머리털처럼 보였다. 그 누가 말해주지 않아도 단박에 저 산봉우리가 '리틀 아담스 피크(Little Adam's Peak)'임을 알 수 있었다.
멀리 솟아있는 봉우리와 넓게 펼쳐진 차밭의 모습이 멋있어서 입이 떡 벌어졌다. 아직 길이 한참 남았지만 이 멋진 풍경을 그냥 지나칠 수 없기에 우린 잠시 걸음을 멈췄다. 차밭 아래로 난 길을 따라 내려가 걷다가 이런저런 기념 사진들을 남겼다.
잠깐동안 여유를 부리며 차밭을 거닐다가, 다시 리틀 아담스 피크 트레일을 따라서 걷기 시작했다. 싱그러운 차밭과 멋진 봉우리를 옆에 두고 걸으니 즐거웠다.
중간에 'Ravana Pool Club'이란 곳을 지나게 되었다. 멋진 전망을 가진 수영장이 있는 호텔이었는데, 근처에서 그네 체험이나 집라인 체험도 할 수 있었다. 사람들이 엘라 스윙을 타려고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었다. 발리에 있는 인생샷 찍는다는 그런 그네와 비슷하게 보였다.
리틀 아담스 피크로 가는 길이 공교롭게도 집라인 타러가는 길과 같아서 계단 위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올라가면서 마주친 짚라인 타는 곳에는 사람들이 아주 많았는데 엘라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다 여기 모여있나 싶을 정도로 많았다.
여기서 짚라인을 타면 재미날 거 같긴 했지만 우리가 가지고 있는 짐들이 애매했다. 짐을 맡기고 집라인을 타면 반대편으로 가긴 하는데, 다시 여기로 데려다 준다고 했다. 그런데 번거롭기도 하고 얼른 길의 끝에 닿고 싶은 마음에 화장실만 들렀다가 다시 걷기 시작했다.
계단이 줄줄이 이어졌던 경사진 루트는 꽤나 힘들었다. 평소라면 아무렇지도 않게 올라갔을텐데 날이 너무 더웠기에 땀이 삐질삐질 흘러나와서 그 점이 힘들었다.
그리고 마침내 길 끝에 닿게 되었다. 리틀 아담스 피크에 도착했다! 정확히 말하자면 봉우리에 오른 건 아니고, 그 봉우리가 멋있게 보이는 트레일 끝에 도착한 것이었다.
이야, 끝내주게 멋있다. 세상의 끝, 하늘 위의 세상 같은 그런 모습이었다.
짙은 회갈색 암석과 소복하게 쌓인 이끼 같은 산, 뾰족하게 솟은 산봉우리와 깊은 골, 산 아래의 구불구불 길들이 보였고 그 위로 장난감 같은 차들이 지나다녔다.
리틀 아담스 피크가 한눈에 보이는 이 절벽 위로 바람이 참 많이도 불었다. 끝없어 보이는 계단과 경사진 길들을 올라오며 땀을 삐질삐질 흘렸었는데, 꼭대기에 서니 상쾌한 바람에 더위가 싹 가셨다.
하늘의 구름들은 손에 닿을 듯이 가까워 보였고, 멀리 작은 자동차들이 작은 길 위로 줄줄이 지나가는 모습은 비현실적이게 보였다. 세상이 우리 발 아래에 놓여 있는 것 같았다.
리틀 아담스 피크가 보이는 절벽 위에서 반대편으로 눈을 돌려보면, 또 다른 풍경이 펼쳐졌다. 끝없이 이어진 산맥들이 보였고 융단처럼 깔린 하얀 구름들이 보였다. 푸르른 숲 사이로는 군데군데 점처럼 박혀있는 조그만 집들이 보였다.
왜 저 봉우리는 리틀 아담스 피크라는 이름이 붙여졌을까? 저 봉우리가 리틀이면, 리틀이 아닌 아담스 피크도 있는 것일까?
아담스 피크(Adam's peak)는 스리랑카 중부에 있는 거대한 봉우리이다. 정상 근처에 남아있는 발자국을 불교도들은 부처의 발자국이라 생각해서 스리랑카 말로 스리파다(Sri pada, 신성한 발)라 부르기도 한다. 이 발자국을 놓고 힌두교도들은 시바의 발자국, 기독교와 이슬람 교도들은 아담의 발자국이라 생각한다고 한다.
그 아담스 피크의 미니 버전이 바로 이 엘라의 리틀 아담스 피크였다. 아담스 피크와 비슷한 모습을 지니고 있어 그런 이름이 붙여졌다고 한다.
우리는 리틀 아담스 피크가 보이는 넓적한 바위 위에 앉아서 한참을 멍 때리며 시간을 보냈다. 시원한 바람이 솔솔솔 불어오고, 하얀 구름들은 빠르게 움직였고 눈앞의 봉우리는 시시각각 제모습을 바꾸었다. 평화롭고 마음 편안한 시간이었다.
넓적 바위에 한동안 앉아 있다가 위로 올라와서는 목이 말라서 킹코코넛을 하나 사마셨다. 킹코코넛을 팔던 아주머니는 아주 무섭고 날카로워 보이는 칼을 가지고 있었다. 영화에서나 보던 그런 칼이었는데, 그 칼로 아무렇지도 않게 스윽 킹코코넛을 잘라 빨대를 꽂아 우리에게 건내 주셨다.
리틀 아담스 피크를 바라보며 코코넛을 마셨다. 쭈우우욱 빨대를 따라 올라오는 코코넛이 어찌나 시원하고 고소하던지! 갈증이 싹 풀렸다.
코코컷을 다 마시고 난 뒤에 아주머니께 다가가니 아주머니께서 코코넛 한쪽을 칼로 슥 잘라 주셨다. 잘린 코코넛을 숟가락 삼아 코코넛 안 가장자리 하얀 막처럼 생긴 과육 부분을 긁어서 먹었는데, 너무 맛잇었다. 양이 적어서 아쉬웠네.
코코넛을 맛나게 먹고 또 한참동안 또 절벽 위에 서서 멋진 풍경을 눈에 담았다. 돌아서면 언제 다시 보게될지 모르니 돌아서는 발걸음은 항상 아쉬울 뿐.
우리는 왔던 길을 따라서 다시 되돌아갔다. 돌아가는 길은 오는 길과 다르게 금방이었다. 처음이었던 풍경들이 이제 구면이 되었기 때문일까.
차밭이 넓게 펼쳐진 사이로 난 길을 걸어갈 때면 하푸탈레(Haputale)가 떠오르기도 했다. 이 넓은 차밭의 푸른 풍경은 하도 많이 보아서 스리랑카를 떠올릴 때면 꼭 생각날 것만 같더라. 그리고 저 높다란 봉우리 리틀 아담스 피크도 잊지 못할 것 같다. 언젠가 아담스 피크를 찾게 되는 날, 이날이 떠오르겠지?반응형'아시아 여행기 > 스리랑카'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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