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신안 1004섬 여행, 섬티아고 12사도 순례길 투어 (병풍도~대기점도~소기점도~소악도)
    우리나라 방방곡곡/국내 섬 여행 2024. 10. 16. 09:39
    728x90
    반응형


    신안 병풍도에 들러 맨드라미 정원을 구경하다가 섬티아고 12사도 순례길을 따라 여행했다. 우리에게 종교는 없지만, 조그만 12사도의 집에 들어설 때마다 마음이 경건해졌고 아름다운 바다와 갯벌, 조그만 집들을 눈에 담으며 힐링할 수 있었던 즐거운 시간이었다.


    병풍도에서 대기점도에 갈 떄 이렇게 폭이 작고 바다 위로 나있는 길을 건너게 된다. 이 지방에서는 이 길을 '노둣길'이라 부른다고. 마을 주민들이 갯벌 위에 돌을 쌓고 만들어 지나다니다가 지금은 시멘트로 포장된 작은 다리이다. 밀물과 썰물 때마다 다리가 사라지고 다시 생기기도 한다.


    순례길의 길이는 총 12km 정도 된다고 한다. 그래서 걷는 이들의 경우는 민박집에 숙박을 예약해두고서 하루 머무르다 가기도 한다고. 우리는 차를 통해 이동하고 다녀서 하루 안에 대부분의 집들을 다 둘러볼 수 있었다.


    차로 노둣길을 건너 병풍도에서 대기점도로 넘어왔다. 대기점도에 이르는 노둣길 바로 옆에 '생각하는 집 안드레아'가 있었다.


    생각하는 집 안드레아


    생각하는 집 안드레아는 페르시아가 떠오르는 그런 집이었다. 건물 앞 커다란 돌 위에는 새하얀 고양이 동상이 있었다. 벽돌로 차곡차곡 쌓은 것 같은 건물 위에는 푸른색 지붕이 얹어져 있었고, 각각의 지붕 꼭대기에 새하얀 고양이가 한마리씩 있었다.


    각 집마다 모두 들어가볼 수 있었다.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보았다.


    나무 문에는 달이 변화하는 모습을 담겨 있었고 천장에는 달과 별의 모습이, 창에는 해의 모습이 담긴 모자이크가 있었다.



    건물 안도 밖처럼 새하앴다. 기도실로 들어가면 정면에 십자가가 보였다. 건물 내부와 외부는 벽돌로 쌓아서 하얀 칠을 해놓은 것 같았는데 딱 십자가 부분만 마감이 덜 되어 있었다. 그리고 그 십자모양 안에 작은 십자가 조각품이 들어 있었다.


    뭔가 절로 경건해지는 기분이 드는 공간이었다. 종교가 있었다면 이곳에서 기도를 드렸을 수도 있겠다.


    뚫린 창 너머로는 푸른 하늘이 보였다. 이렇게 건물 안에서 동그란 구멍을 통해 보는 동그란 하늘은  왠지 더 푸르고 더 먼 존재처럼 느껴졌다.


    섬을 돌아다니며 노랗게 익은 황금빛 논들을 많이도 보았다. 이제 진짜 가을이구나 싶은 풍경이었다. 산은 아직 파란데 논들은 노랗게 물들어서 바람에 흔들흔들, 푸른 들 본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가을이 와버렸구나.


    여러 풍경들을 눈에 담으며 도착한 다른 집. 이곳은 '그리움의 집 야고보'이다.


    그리움의 집 야고보

     


    작은 시골집 같이 느껴지던 그리움의 집 야고보. 집 앞에는 붉은 맨드라미 꽃밭이 펼쳐져 있고 그 너머로는 노란 논과 푸르른 바다와 섬들이 보였다. 남도에서만 볼 수 있는 아름다운 풍경이었다.


    처음 보았던 생각하는 집 안드레아는 되게 이국적이었는데, 그리움의 집 야고보는 한국적으로 느껴졌다. 하얀 외벽에 나무 기둥과 나무 지붕, 그리고 내부의 부조까지 더해져 그렇게 느껴졌던 것 같다.


    안에 들어서면 뭔가 구름을 타고있는 듯한 기도하는 사람의 형상의 부조가 정면에 보였다. 불상에서 보았을 법한 그런 형상이었다.


    기도하는 공간 자체는 낯설고 이국적으로 느껴져도 벽면의 이 부조 때문에 한국적으로 느껴져서 신기했던 공간.


    그리고 왠지 모르게 이 형상을 바라보고 있으면 마음이 편안해졌다. 기도하는 방에 왔는데, 절에 온 느낌이 들었다.


    벽면에 나있는 작은 구멍은 투명한 무언가로 막혀져 있었고, 작은 나무 조각들이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집 앞에 있던 작은 화단에는 어릴적에 가지고 놀던 작은 구슬들이 송송 박혀 있었다. 단조로울 수 있는 공간이 재미나게 변했다. 구슬들에 따스한 햇살이 닿으면 새하얀 공간이 여러 색깔로 반짝반짝였다.


    두개의 집을 돌아보고 나서는 이제 다시 노둣길을 따라 대기점도를 떠나 소기점도로 갈 차례이다. 그 전에 섬과 섬을 잇는 길목에 자리잡은 '행복의 집 필립'에 들렀다.


    행복의 집 필립


    행복의 집 필립은 아주 귀엽게 생겼다. 난쟁이들이 걸어서 나올 것만 같은, 깊은 숲 속 요정들이 살 것 같은 동화속 집 모양이었다.


    안으로 들어가면 분위기가 외부와는 딴판이었다. 가운데 십자가에서 빛이 새어나오는데 그 모습이 무척 경건하고 신비스러웠다.


    아마 성경책을 올려 놓고 기도하는 공간 같았다. 나무에서 윤이나고 뭔가 중후함이 느껴졌다.


    뾰족한 삼각뿔 모양의 건물 구조가 뒤로 가면 더 잘보인다. 가운데 십자가가 또렷하게 보였다.


    뒷편에 서서 바라본 바다의 모습. 이제 거의 물이 다 빠졌는지 뻘이 드러나서 반질반질했다. 우리가 일부러 맞춘 것은 아니었지만, 때를 잘 맞춰와서 노둣길이 다 열려 모든 섬들을 돌아 볼 수 있었다.


    행복의 집 필립을 지나서 이제 소기점도로 넘어왔다. 소기점도에서 제일 먼저 찾아간 곳은 '감사의 집 바르톨로메오'이다.


    감사의 집 바르톨로메오


    유일하게 들어가 보지 못하고 멀리서 보기만 해야했던 집. 왜냐하며 이 집은 물 위에 떠있었기 때문이다.


    잎사귀 모양 같기도 하고 하트 모양 같기도 했던 집. 색색깔의 유리를 이어 붙인 듯한 모양이었다. 스테인드글라스 작품을 보는 느낌이 들었다.


    때마침 햇살이 촤르륵 건물을 비추고 있었는데, 형형색색의 빛깔들이 바닥에 아른아른거렸다.


    다음으로 찾아갈 집은 인연의 집. 생각의 집 바르톨로메오에서 산길을 따라 걸어서 가볼까하다가, 돌아갈 시간이 애매해서 그냥 편한 길을 따라 차로 이동하기로 했다.


    차를 타고 이동하다가 보니 소기점도와 소악도를 잇는 노둣길을 지나치게 되었다. 노둣길 주변은 온통 뻘이었다.


    인연의 집 토마스


    인연의 집 토마스에 왔다. 여기도 바닥에 반짝이는 유리 조각이나 구슬들을 붙여 놓았더라. 새하얀 외관에 불꽃같은 모양의 지붕, 파란색과 하얀색이 눈에 띄는 건물이었다.


    새파란 문을 열고 들어가면 새하얀 공간에 파란 의자와 군데군데 난 창들이 우릴 반겨준다.


    건축을 공부했던 우(Woo)가 르 코르뷔지의 롱샹성당이 생각난다고 했다. 그 성당도 이렇게 창이 각기 다른 모양으로 나있다고 한다.



    각기 다른 모양의 창들이 불규칙적으로 배열되어있었고, 그 사이로 바깥이 보이고 안이 보이고 빛이 스며들고 있었다. 벽에 이렇게 작은 구멍을 내놓는 것만으로도 느낌이 색달랐다.


    파란 창 너머로는 윤슬이 아름다운 바다가 보였다. 멍 때리기 참 좋은 풍경이었다.


    새하얀 건물 뒷편에는 새파란 색으로 이런 그림도 그려져 있었다. 오병이어의 기적을 묘사해놓은 그림인건가?


    이제 소기점도를 떠나 마지막 섬인 소악도로 떠날 차례이다. 소악도와 소기점도를 잇는 노둣길 앞에 이런 안내판이 세워져 있었다. 길이를 보니 걸어서 다니면 하루 꼬박 걸릴 것 같았다.


    소기점도와 소악도를 잇는 노둣길을 지나가다가 그 중간에서 멈춰 섰다. 뻘 위에 촛불 같이 생긴 집이 하나 서있었다. 바로 기쁨의 집이다.


    기쁨의 집 마태오


    황금빛 색깔과 둥그스름한 지붕을 보면 왠지 모르게 이슬람 사원이 생각나던 기쁨의 집 마태오.


    황금빛 타일이 줄줄이 깔린 길 위를 걸을 때면 왕궁으로 걸어가는 기분이 들었다. 참 화려하게 잘 만들어놨다.


    안으로 들어가면 건물 바닥에는 이국적인 타일들이 가득 깔려 있었고, 가운데 동그란 의자에는 황금빛 타일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었다. 아치형 창 너머로는 시커먼 뻘이 보였다.


    기쁨의 집 마태오는 바닷길이 열려야면 올 수 있는 그런 집인 것 같았다. 바닷물이 가득 차가지고 노둣길을 건널 수 없다면, 기쁨의 집은 올 수 없었겠지? 바다 위에 둥둥 뜬 것 같은 촛불 모양 집의 모습도 궁금하긴 하다.


    기쁨의 집을 뒤로하고 노둣길을 다 건너 소악도로 넘어왔다. 우리 여정의 마지막 종착지인 섬이었다. 이 섬에서 처음으로 찾아간 곳은 바로 소원의 집이다.


    소원의 집 작은 야고보


    소원의 집은 물고기 모양의 스테인드글라스가 있는 작은 집이었다. 나무문의 모양도 마치 물고기 같았다.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면 더 신비로운 분위기가 느껴졌다. 물고기 모양의 유리창에서 빛이 은은하게 스며들어왔다.


    신발을 벗고 올라가면 잠시 쉬었다 가기에도 좋고, 잠시 문을 닫고 명상을 하기에도 좋았다. 그리고 종교는 없지만, 그 누구에게 바라는 지도 모르겠지만 '소원의 집'이니 만큼 잠깐 소원을 빌어보는 시간도 가졌다.


    이뤄질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냅다 소원을 빌어보고, 소원의 집을 떠났다. 다음으로 갈 곳은 칭찬의 집이다.


    칭찬의 집 유다


    유다라는 인물은 12사도들 중에서도 예수를 배신하여 스스로 죽음을 택한 사람 아니던가? 그 사람의 이름을 따서 집을 만든 것이 뭔가 의아했지만, 그 사람과 전혀 이미지가 매칭되지 않는 '칭찬'이라는 단어가 집 수식어로 붙어서 뭔가 이질적이었다.


    무튼, 우리는 각 집마다 뭔가 종교적 의미를 따지기 보다 미적으로 아름다움을 느끼고 공간을 즐기기 위해 온 것이니까. 우리는 칭찬의 집을 즐기기 위해서, 칭찬의 집 앞에서 각자 5가지씩 칭찬을 해주기로 했다.

    갑자기 칭찬하려니 잘 안나올까 싶었는데 의외로 둘다 칭찬이 술술술 잘 나오더라. 막상 칭찬을 하고 또 칭찬을 듣고 보니 꽤나 쑥스러웠다. 그런데 기분은 좋았다.


    칭찬의 집 내부는 작은 기도 공간이 마련되어 있었다. 바닥은 이국적인 타일이 깔려 있었고, 정면에 십자가가 걸려 있었고 그 밑으로 작은 창이 나있었다.


    작은 창은 멀리서 보면 새파랗게만 보일 뿐이었지만, 가까이 다가가면 섬 풍경이 그대로 보였다. 멀리 병풍처럼 이어진 섬들과 뻘과 바다. 그리고 귀여운 천사상 둘.

    소악도에서 마지막으로 찾아갈 집, 바로 사랑의 집이었다. 사실 병풍도로 돌아가 배를 타야하는데 시간이 빠듯해서 바로 갈까 하다가, 명색이 13주년 여행인데 사랑의 집에 안가기는 또 뭣해서 가기로 했다.


    섬을 돌아다니다 보면 민물 새우 양식장이 정말 많이 보였다. 논 아니면 죄다 새우 양식장 같았다. 신안의 섬 곳곳에서 새우를 참 많이 기르나 보다.


    사랑의 집까지는 차량으로 갈 수 없어서, 주차를 해두고 걸어서 갔다. 10여분 즈음 걸었을까 드디어 누가봐도 사랑의 집인 것 같은 그런 모습의 집이 나타났다.


    사랑의 집 시몬


    꼭대기에 달린 하트모양을 보니 여기 사랑의 집이 맞구나. 그리고 곳곳에서 보이는 붉은색. 마지막을 장식하기에 뭔가 좋은 색이다. 때마침 해가 바다 위로 막 떨어지고 있어서 풍광이 예술이었다.


    빨간 테두리의 아치 너머로 보이는 바다가 예술이었다. 그 사이에 벤치가 하나 놓여 있었는데 우린 여기 앉아서 잠깐 기념 사진들을 남겼다.


    조개 모양의 벽장식에 대롱대롱 매달려 있던 목걸이와 십자가, 그리고 그림자가 인상적이었다.


    사랑의 집을 떠나 이제 병풍도로 가서 얼른 돌아가는 배를 타야했다. 우리가 한참 서쪽으로 와서 그런가 해가 실시간으로 지는게 아주 잘 느껴졌다. 해가 어느새 바다 위에 두둥실 떠 있었고 세상은 노르스름해진 것 같았다.


    자 이제 바로 병풍도로 가면 되었는데, 우리가 놓친 집들이 여럿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지혜의 집, 생명평화의 집, 건강의 집을 빼먹었다.

    다 가기는 무리였고, 하나를 택해야했다. 갑상선 암 수술을 앞두고 간 여행이었기에, 건강의 집은 왠지 들러야할 것 같았다. 여기서 뭔가 '건강'에 대한 세레모니를 하면 수술이 잘 될 것만 같은 그런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다.


    건강의 집 베드로


    건강의 집은 산토리니가 떠오르는 그런 집이었다. 새하얗고 길쭉안 건물과 둥그스름한 푸른 지붕.


    소담한 내부는 갖가지 꽃 그림들로 장식되어 있었다. 작은 네모창 너머로 바다가 보였고, 둥그스름한 돔 천장에는 금빛 촛대가 달려 있었다.


    마지막으로 건강의 집 옆에 있던 작은 종을 댕댕댕 울리면서 수술이 잘 되길 기원하고, 또 앞으로의 건강도 기원하면서 12사도 순례길 투어를 마무리했다.


    병풍도 보기항에서 송도항으로 돌아가는 6시 배를 탔다. 5시 40분 즈음에 보기항에 도착했는데, 표는 아주 넉넉했다. 배에 올랐을 즈음에는 하늘과 바다가 온통 노래져있었다. 배 위에서 황홀한 노을을 보면서 멀어지는 섬에게 작별인사를 건냈다.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