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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필리핀 보홀 여행 조그만 카약을 타고 아바탄 강에서 고요한 반딧불 투어
    아시아 여행기/필리핀 2025. 1. 17. 2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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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리핀 보홀 여행에서 즐겼던 반딧불 투어. 고래상어 투어가 바다 상황 때문에 아침에 취소가 되어서 이 날 우리는 하루종일 리조트에 있을 판이었다. 그러기는 또 먼가 아쉬워서, 급하게 예약하고 가게 된 반딧불 투어. 저녁시간에 리조트에서 전용 차랑야 픽업하러 왔다가 다시 리조트까지 데려다주는 코스라서 체력적으로 부담이 없었다.


    픽업하러 온 차량이 진짜 큰 차였다. 우리 둘만 타는데 너무 큰거 아니야 싶었는데, 덕분에 아주 편안하게 쿨쿨 자면서 이동했다. 우리가 머물고 있던 보홀 팡라오 섬에서 본섬에 있는 아바탄 강 근처 반딧불 투어 업체로 가야했다. 차량으로 1시간 정도 시간이 걸렸다. 꽤나 먼 거리에 있는 곳이었다.


    여럿이서 모여 모터를 달고 가는 보트를 타는 코스가 있었고, 카약에 올라 직접 노를 어저 가는 코스도 있었는데 우리는 후자를 선택했다. 아무래도 오붓하게 둘이서 노를 저으며 어두운 강을 헤쳐가는 것이 더 낭만적이라 여겨졌기 때문이다. 예전에 코타키나발루에서 반딧불 투어를 한 적이 있었는데, 그 때 모터 단 보트에 우르르 모여서 반딧불 투어를 갔었다. 물론 좋았지만 더 조용하고 한적한 분위기 속에서 반딧불을 감상할 수 있었으면 더 좋겠다 생각했었는데, 카약을 타고 직접 강을 누비다니 우리에게 딱인 코스였다.


    간단한 안전 교육을 받고 카약에 올라 탔다. 절대로 카약 위에 서서는 안되었다. 중심을 잃고 물에 빠질 위험 때문이다. 구명 조끼를 입고 기념사진도 찍고 나서 가이드각 카약을 물로 끌고 갔다. 카약에 한 사람씩 타고 뒤에 가이드도 한명씩 탔는데, 그 덕에 캄캄한 어둠 속에서도 안전하다고 느껴졌다. 고요한 강 위로 노 젓는 소리만 들려왔다. 암흑 속에 물든 세상은 처음에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그러다가 점점 나무들의 실루엣이 보이고 하늘에 떠있는 구름들도 보였다.


    첫번째 장소에 도착했다. 강을 가로질러 어느 이름 모를 섬에 도착한 것 같았다. 모래가 가득 쌓여있는 작은 섬, 이국적인 나무들이 빽빽하게 서 있었다. 영화 속에서나 보았던 그런 풍경이었다. 왠지 저 숲 속에서 들짐승이 튀어 나올 것만 같아서 무서웠는데, 가이드 두 분은 아무렇지도 않게 걸어갔다. 그리고 나무 아래에서 가이드가 박수를 막 치기 시작했다. 박수를 치면서 반딧불이들을 깨우는 거라고 했다. 우리도 신나서 막 박수를 쳐댔는데, 나무 위에서 반짝반짝 노란 불빛들이 깜빡이기 시작했다.


    고개를 들어서 커다란 나무 위를 바라보는데, 크리스마스 트리에 전구를 단 것처럼 노란 불빛들이 쉴틈없이 반짝였다. 와, 정말 황홀한 광경이었다. 고요하고 적막한 어둠 속에서 빛을 내뿜으며 날아다니는 작은 반딧불들, 어릴적 만화 영화에서나 보던 요정들의 숲 속에 들어와있는 것 같았다. 멍하니 반짝이는 녀석들을 보고 있는데 그 순간은 시간이 멈춰버린 듯 했다.


    다시 노를 저어서 다음 스팟으로 이동했다. 갑자기 시야가 엄청 밝아졌는데 하늘을 바라보니 구름 사이로 둥근 달이 고개를 내밀고 있었다. 달빛이 이렇게나 밝다니, 정말 깊고 깊은 어둠 속에서 달빛은 더욱 더 환하게 빛났다. 달빛에 의지해서 간다는 말이 어떤 말인지 알 것도 같던 그런 밤이었다.


    노를 저어 가다가 가이드가 반딧불을 슥 잡아다가 우리 둘 손 위에 얹어 주기도 하셨다. 반딧불들이 손 위에서 반짝반짝거리며 걸어다니는데 손이 간질간질했다. 작디 작은 생명체가 이리도 밝은 빛을 내는구나. 따뜻한 노란 빛깔을 내뿜는 녀석들이 너무나도 귀엽고 사랑스러웠다.


    마지막 스팟에 왔다. 배 위에서 반짝이는 불빛들을 원없이 보았다. 하도 고개를 위로 올려보느라 거북목이 다 치유된 것 같은 느낌이었다. 허허허. 항상 고개를 굽히고 사는 우리들,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는 때가 얼마나 될까? 이날은 실컷 밤하늘을 구경하고 강을 헤쳐나가고, 온몸으로 자연을 만끽한 소중하고도 귀한 시간이었다.


    돌아오는 길에는 완전히 뻗어 버렸다. 돌아다닐 때는 몰랐는데 피곤했나 보다. 리조트까지 다시 1시간을 달려가야 했다. 가는데 오는데 1시간 씩이니 왕복으로는 2시간이나 걸리는 투어였지만, 하길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모리타 리조트에 돌아오니, 여기도 밤하늘에 두둥실 보름달이 떠 있었다. 환하게 하늘을 가득 채운 보름달이 아까보다는 덜 밝아 보였다. 아까 강 위에서는 정말 의지할 빛이 달 밖에 없었는데 이곳은 곳곳이 빛으로 가득채워져 있어서 달빛의 느낌이 달랐다.


    이제는 고향같이 느껴지는 우리 풀빌라로 들어갔다. 투어를 하고 왔더니 출출해져서 숙소에서 간단하게 뭐라도 먹기로 했다. 한국에서부터 공수해온 참깨라면과 숙소에서 준 맛난 레몬에이드. 그리고 미니 콜라! 밖에 나와서, 특히 외국에 나와서 먹는 라면은 어찌나 맛있는지 모른다. 국물 한 방울 남김 없이 싹 다 먹어버리고 온전한 우리 둘 휴식 시간이 찾아왔다.


    약간 선선해진 밤 공기를 마시면서 수영을 했다. 물 위에 둥둥 떠서 밤하늘을 바라보고 팔랑이는 나무 잎사귀를 보고 있으면 마음이 스르륵 편안해졌다. 원없이 수영을 하고 나서 따뜻한 물로 씻고 포근한 침대 위에 털썩, 이게 바로 힐링 여행이지. 재미나고도 풍성한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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