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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천 여행 9월 가을 맞이 연분홍 억새들로 가득한 황매산 트레킹우리나라 방방곡곡/경상도 2022. 9. 12. 20:55728x90반응형
2022.09.04
9월 초입,
너무나도 걷고 싶던 그런 날이었다.
날이 좀 흐렸는데 비는 오지는 않았다.
어디를 가서 좀 걸어볼까 하다가
문득 황매산이 떠올라서 찾아갔다.
항상 가을 아니면 봄에만 찾아갔던 곳이다.
가을에는 황금빛으로 물든 억새가 바다처럼 펼쳐지고
봄이면 철쭉이 가득 피어서
핑크빛으로 물들던 황매산
이렇게 아무 날도 아닌 날에
황매산을 찾은 것은 처음이었다.
황매산 오토 캠핑장을 네비게이션에 찍고
쭈욱 위로 올라오다 보면
주차 요금을 정산하는 정산소가 하나 나오고
그 길을 지나 정상까지 올라오면 된다.
날이 흐려서인지 아니면 계절이 이래서인지
주말인데도 주차장이 어찌나 한산하던지.
봄 철쭉이 필 때
아니면 억새가 황금빛으로 물들 때는
차가 너무 밀려서 들어오기가 힘들었다.
저 밑에 있는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걸어서 올라가기도 했었다.
정상까지 차로 올라와서
이렇게 잘 닦인 길을 걸을 수 있으니 참 좋았다.
옆에 푸릇푸릇한 억새들을 두고 걷는 길,
하늘에는 구름이 꽉 끼어 있었는데
높은 곳에 올라와서 그런지 구름을 마주보며 걷는 기분이었다.
여름이 지나가고 가을이 되기 전의 억새의 모습을
이번에 처음 보게 된 것 같다.
그저 푸르스름한 빛깔일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억새의 깃털 같은 부분이 연분홍 빛깔로 물들어서
가을날 황금빛으로 물들었을 때처럼 아름다웠다.
바람에 흔들거리는 억새들이 소리를 냈다.
바스락거리는 낙엽들을
스르륵 밟는 소리 같았다.
너른 들판 위를 걸어가는데
바람이 숭숭 불어오고 멀리 시선을 두면
구름 낀 하늘과 언덕만 보였다.
제주도 오름 위에서 보던 풍경과 비슷했다.
반응형억새밭 사이에 서서
삼각대를 세워 놓고 사진들을 찍었다.
지나다니는 사람들이 하나도 없었다.
어찌 이렇게 사람들이 없는지
황매산을 우리 둘이 전세 낸 것 같았다.
사람들이 많이 지나다니지 않았는지
야자 매트가 깔린 길인데도 풀들이 무성해서
지나갈 때 억새들을 팔로 치우면서 가야했다.
풀이 너무 무성해가지고 길이 맞나 싶었는데
가다보니 왠지 멀리 보이는 풍경들이 익숙했다.
분명 예전에 우리가 걸었던 길이었다.
군데군데 놓인 벤치 위에서
잠시 쉬면서 베낭 안에 넣어 온 텀블러를 꺼내
차가운 티를 담아 마셨다.
왠지 더울 것 같아서 차가운 티를 가져온 것이었는데
가만히 있으면 바람이 선선하게 불어서
따뜻한 티가 더 어울릴 것 같았다. 에잇.
그러다가 우리가 내려가기로 마음 먹은 때는
하늘에서 빗방울이 하나 둘 떨어지기 시작했을 즈음이다.
한 두방울 빗방울들이 살에 닿았는데
왠지 곧 큰 비가 내릴 것만 같아서 서둘러 내려가기 시작했다.
내려가는 길에 아름다운 꽃밭을 발견했다.
하얀 목수국들이 잔뜩 피어나 있었다.
하얀 꽃이파리들은 군데군데 붉게 물들어가고 있었다.
우리는 꽃밭이 있는 쪽으로 내려왔는데,
보통은 이쪽에서부터 코스를 시작해 한바퀴 돌고 내려오는 것 같았다.
보랏빛 꽃밭을 지나서 다시 원점으로 되돌아온 우리,
거의 한시간 반 정도 트레킹을 한 것 같다.
하늘에서 점점 더 많은 비가 내리기 시작해서
돌아오길 참 잘했다 싶었다.
올해는 눈 쌓인 겨울 즈음에
다시 한 번 이곳을 찾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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