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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괴산 여행 산막이옛길 유람선 타고 가을 절경 둘러보기
    우리나라 방방곡곡/충청도 2022. 10. 25. 1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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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괴산 산막이 옛길을 찾아왔다. 호수 따라 옛길을 쭈욱 걸으며 이제 막 물들기 시작한 가을 단풍을 구경하려고 했다. 호수를 따라서, 숲을 따라서 그렇게 오래된 길을 걷다 보면 가을의 정취를 제대로 느낄 수 있을 것 같았다.




    산막이 옛길은 괴산의 사오랑 마을에서 산으로 둘러 싸인 산막이 마을까지 이어졌던 오래된 옛길을 산책로로 만든 것이다. 산으로 둘러 싸여 있다고 해서 마을 이름이 '산막이'라는데 참 정감가는 이름이다.




    그런데 우리가 이곳에 도착한 시간은 오후 3시 반 즈음이었다. 사실 더 일찍 도착했는데 산막이 옛길 앞 식당에서 느긋하게 버섯찌개를 들이키느라 시간이 늦어졌다. 이곳에 호수 위를 유람하는 배도 있다고 들어서, 배도 타고 트래킹도 하고 싶었는데 시간이 여유롭지 않았다.




    트레킹을 하려면 정말 조금밖에 걷지 못하고 되돌아와야 했다. 요새는 저년 6시가 되기 전 벌써 날이 어두컴컴해지기 시작하니 말이다. 그래서 우리는 그냥 배를 타기로 했다.




    매표소 아주머니께서 1시간 짜리 관광코스 배를 타고, 중간 구름다리 즈음에 내려서 1시간 정도 주위를 거닐며 놀다가 다음 배를 타고 돌아오라고 하셨다. 그럼 6시 즈음에 딱 이곳 매표소에 돌아올 것이니 걱정 없다고 말이다.

    처음에는 약간 아주머니한테 말리는 거 아닌가 그런 생각도 들었는데, 결과적으로 보면 정말 좋았다. 배 안탔으면 큰일났을 뻔 했다. 아름다운 경치를 배 위에서 구경하는 건 또 달랐고, 배 위에서 선장 아저씨가 해주시는 말씀들이 너무 좋았다.

    다음에 가면 또 배를 탈 것 같다!


     



    두근두근, 배에 올라타자 마자 2층 갑판 위로 올라갔다. 위에서 보이는 경치가 예술이었다. 예전에 신혼여행으로 갔었던 뉴질랜드 밀포드 사운드가 떠올랐다. 하늘은 푸르고 햇살은 좋고 배를 타기 딱 좋은 날씨였다.




    멀리 보이는 호수 위에 둥둥 떠있는 것 같은 산은 알록달록 가을 옷을 껴 입었다. 노란색과 붉은색 그리고 푸른색이 뒤섞인 산, 완전히 물들기 전 알록달록한 산의 모습도 참 아름다웠다.

    무더운 여름 여기저기 쏘다니면서 땀을 줄줄 흘릴 때마다 가을이 얼마나 그리웠던가! 조금은 차가운 듯 느껴지는 바람이 정말 반가운 요즘이다.




    호수 위를 두둥실 떠다니는 기분이었다. 멋있는 기암 괴석들이 많았는데 돌 위에 나무들이 빽빽하게 솟아 오른 모습이 기가 막혔다. 옛 사람들이 이곳에 왔다면 절로 시 한 수를 읊었을 것 같다. 이렇게 유람선을 타고 멀리서 옛막이 길을 조망하고 나서 길을 걸어 보면 기분이 남다를 것 같다. 옛막이 길을 걸으러 가을이 다 가기 전에 다시 이곳에 와보아야겠다.


     



    우리는 네시 이십분 즈음에 연하협 구름다리 근처 선착장에서 내렸다. 한시간 뒤에 여기서 다시 배에 오르기로 하고, 그 사이 우리는 구름다를 건너보기로 했다. 멀리서 볼 때는 정말 조그만하게 보였는데 가까이서 보니 정말 큰 흔들다리였다.




    흔들거리는 다리를 따라서 걸어갔다. 나무 판자가 깔려 있었는데 중간중간 호수 아래가 보이는 투명한(?) 철골 구조가 나타났다. 어후 무서워라! 나는 호수가 안보이는 발판을 따라서 걸어갔다.




    구름다리를 건너서 오르막 길이 있길래 무작정 올라가보았다. 길가에는 보랏빛 꽃들이 가득했다. 처음에는 이 꽃들이 구절초인가 쑥부쟁이인가 개미취인가 무척 헷깔렸는데, 이제는 제법 알아 볼 수 있게 되었다.




    쑥부쟁이는 홑겹이고 개미취는 여러겹 꽃잎이 피어난다. 구절초는 꽃잎 모양이 조금 다르다. 이 꽃은 보아하니 우리의 추측으로는 개미취 같았다. 아님 어쩔 수 없지 뭐!


     



    언덕 꼭대기에 올라 서서 구름다리를 내려다 보니 경치가 아주 끝내줬다. 같은 풍경이더라도 올려다 볼 때랑, 내려다 볼 때가 참 다르구나 싶었다. 그리고 항상 느끼는 것은 이렇게 올라서서 내려다 보는 모습은 항상 멋있다는 것이다.

    장엄한 산 아래로 유유히 호수가 흐르듯 고여있었다. 다리 사이로 보트가 지나다녔는데 참 재밌어 보였다. 우리는 길가에 하늘거리는 꽃을 따다가 룰루랄라 걸었다.




    다시 다리를 건너서 선착장 근처로 돌아왔다. 선착장 쪽 끝에 출렁다리가 하나 더 있었기 때문이다. 노란색으로 보이는 다리는 충청도 양반길 출렁다리로 지금 우리가 언너온 다리보다는 훨씬 작은 다리였다.




    양반길 출렁다리를 건너니 양반길 트래킹을 할 수 있는 조그만 길이 나왔다. 축축한 낙엽이 잔득 쌓여있는 산길이었는데 왠지 사람의 발길이 뜸해보여서 가기가 꺼려졌다. 전망대가 있다는데 우리는 다시 배를 탈 시간이 빠듯해서, 출렁다리 위에서 멋진 호수의 반영을 구경하다가 돌아 나왔다.




    5시 20분에 맞춰 온 배를 타고 다시 괴산호를 한바퀴 돌았다. 이번에는 2층 갑판 앞쪽에 서서 선장 아저씨가 방송하는 이야기들을 들으며 경치를 구경했다.




    지나가며 경치에 어울리는 시조를 하나씩 읋어 주셨다. 대체로 이백의 시였는데 시를 들으며 눈앞의 풍경을 바라 보니 더 멋있었다. 내가 풍류를 읊는 선비라도 된 기분이 들었다.




    눈앞에 멋있는 산수화 한 폭을 옮겨다 놓은 것 같았다. 왜 항상 멋있는 풍경을 보면 그림 같다는 말이 나오는지, 보통 이런 멋있는 풍경은 주로 그림으로 접했던가?

    무튼, 이곳은 선유대이다.




    정말 아름다웠다. 이번에 괴산호를 유람하는 배를 타면서 보았던 풍경 중에 제일 절경이었다. 누군가 깎아 내려서 만든 것 같은 절벽 위에 알록달록한 나무들이 줄지어 있었고, 잔잔한 호수에 비친 반영이 어찌나 아름답던지 모른다. 바위 색깔 마저 가을처럼 알록달록했다.




    배를 타고 더 나아가서 선유대를 바라보면 마치 족두리를 한 신부의 모습 같아서 각시바위라고도 부른다고 한다. 선장님이 조금 있으면 신랑바위도 보이니 둘의 결혼식을 축하해주자고 하셨다. 이야기를 들으며 가니 더욱 재미났다.




    신부의 볼이 붉게 물든 담쟁이 때문에 빨갛게 보였다. 하하. 가을에만 볼 수 있는 붉은 신부의 얼굴인가 보다.




    이제 더 나아가서 신랑바위를 찾으러 떠났다. 멀리 신랑바위가 보이기 시작했다. 멀리 말을 탄 신랑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이렇게 재미나게 이야기 해주시니 우리가 보았던 모든 장면들이 기억에 쏙쏙 잘 남았다.




    멀리서 해가 저물어가고 있었다. 구름이 꽉 끼어서 그런지 해가 이미 저문 것인지 아님 저 구름 뒤편에 있는지 분간이 가질 않았다. 해가 저물기 시작하니 날이 엄청 추워졌다. 낮에는 반팔만 입어도 충분했는데, 해가 떨어지니 무척 쌀쌀해졌다. 배를 타기 전에 외투를 챙겨왔어야 하는데!




    6시 즈음에 마지막 배에서 내렸다.

    날은 어둑어둑해져서 희뿌연 안개가 낀 것처럼 보였다. 시간이 늦었으니 아쉽게도 트래킹은 할 수 없었다. 아무래도 산막이 옛길에 오려면 아침 일찍부터 서둘러야 하나 보다.

    이번에 배를 타고 유람한 기억이 너무 좋았어서, 다음번에 걸으러 또 이곳을 찾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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