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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날 부여 여행 성흥산성 사랑나무에서우리나라 방방곡곡/충청도 2022. 7. 28. 13:14728x90반응형
부여 여행 중 마지막으로 들렀던 성흥산성. 하트모양 가지가 매달린 사랑나무로 유명한 곳이다. 저번에 부여에 왔을 때 들리고 싶었던 곳인데 너무 덥기도 더웠고 시간도 안맞아서 가보질 못했었다. 이번에는 부여 숙소에서 체크아웃 하자마자 성흥산성으로 달려갔다.
구불구불한 길들을 따라서 가다보면 성흥산성 주차장이 나온다. 길이 앞으로 쭉 나있기는 하지만 차가 다니는 길이 아닌 사람들이 다니는 길 같았다. 차들이 그 길 안으로 들어갔다가 도로 나오곤 했다. 안에 들어가면 세울 곳이 마땅치 않아서 그냥 나온 것 같다. 우리는 주차장에 차를 세워 두고서 걸어서 성흥산성 쪽으로 갔다. 나무들이 우거져서 땅바닥에는 그림자들이 일렁였고 상쾌한 공기가 시원한 걷기 좋은 길이었다.
성흥산성의 옛 백제식 이름은 '가림성'이다. 삼국사기에는 501년 백제 동성왕 시절 위사좌평 백가가 가림성을 축조했다는 사실이 적혀있다. 후에 가림성은 백제 부흥운동의 거점지가 되는데 이곳을 공격했던 당나라 장수 유인궤가 성이 험하고 견고해 공격하기 어렵다고 이야기했다 전해진다. 길을 따라 걷다 보면 성흥사로 가는 길과 성흥산성으로 가는 갈림길이 나오는데 우리는 산성 쪽으로 걸었다.
이제 성에 다다랐나 싶었는데 아니었다. 엄청나게 크고 가파른 돌덩이가 눈앞을 가로막고 있었다. 그 절벽 아래 돌계단이 있었는데, 꽤나 가파르고 긴 계단이었다. 절벽 아래에는 푸릇푸릇한 이름모를 잡풀들이 많이 돋아나 있었다. 그리고 주홍빛깔 나리꽃들이 활짝 피어나 있었다. 여름만 되면 지천에 보이는 나리꽃, 활짝 꽃을 피워낸 모습이 어여뻤다.
돌계단을 따라서 천천히 위로 올라갔다. 끝이 보이는 듯 하면서도 계속 이어진 계단, 날이 덥지 않았다면 이정도 계단이야 껌일텐데 날이 더우니 숨이 헐떡여졌다. 걸어가며 멀리 보이는 하늘은 푸르기 그지없고 구름은 하얗기 그지 없었다. 이토록 맑고 창창한 하늘 아래 이토록 더운 더위라니. 한여름이 아니고 가을 즈음에 왔으면 청명한 공기와 바람 덕분에 더 좋았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꼭대기에 거의 다다를 즈음에는 생각이 바뀐다. 고지에 오르니 무더운 더위로 씻겨 나가는 듯 했다. 바람이 솔솔 불어와서 가만히 나무 그늘 아래 서 있으면 시원했다. 땀방울들이 톡톡 떨어져 나가는 것 같았다. 계단에서 올려다 보이던 거대한 느티나무, 바로 저 나무가 성흥산성의 마스코트인 사랑나무이구나 싶었다. 수령이 족히 몇백년은 되어 보이는 커다란 나무였다.
정면에서 바라본 성흥산성 사랑나무. 쭉쭉 시원하게 뻗은 가지가 아주 멋있었다. 둘레는 어찌나 크던지 옆에 서면 사람이 조그맣게 보일 정도였다. 흙바닥으로 뻗은 굵은 뿌리들을 보면 이 나무의 세월이 느껴졌다. 생생한 잎사귀들도 가지마다 가득했다. 온천지에 가득한 싱그러운 푸르름을 마음껏 볼 수 있으니 무더운 여름도 참을만은 하다 싶었다.
이곳까지 올라왔으니 성의 트레이드 마크인 사랑나무와 기념 사진을 꼭 남겨보자 싶었다. 정말 오른쪽 가지 모양을 보니 영락없는 하트 모양이었다. 나무 앞쪽에 포토존이 있어서 그곳에 서서 이쁜 기념사진을 남길 수 있었다. 그리고 완전한 하트 모양을 만드려면 찍은 사진을 조금은 변형해주어야 했다.
사람 없이 그냥 배경만 찍은 사진을 옆에 두고 반전시키면 이렇게 넙데데한 하트 모양이 나온다. 삼각대를 세워놓고서 사진을 찍는데 결과물을 보니 참 재미났다. 우리가 사진을 찍고 나서 돌아보니 줄이 꽤 늘어져 있었다. 주말에 찾아오니 이렇게 인기가 많구나! 하하호호 사람들이 즐겁게 사진을 찍었다. 우리는 기념사진을 남겼으니 이제 성을 돌아보기로 했다.
성곽 끝에 서서 내려다 본 모습이 아주 멋있었다. 하늘이 어찌나 높고 깊어 보이던지 가을 하늘 같았다. 그리고 그 하늘 아래 펼쳐진 초록빛 세상! 여름을 가득 머금은 세상이었다. 군데군데 핀 배롱나무 분홍 꽃들도 보이고 차들이 지나다니는 길과 구릉같은 작은 언덕들도 보였다. 미니어쳐 같이 보이는 작은 세상, 조금 있으면 우리가 저 세상 속으로 들어가겠지?
가만히 서 있으면 솔솔 불어오는 바람이 좋았다. 커다란 느티나무가 서있는 곳은 성곽쪽이었고 반대편에는 소나무들이 늘어져 있었다. 소나무가 우거진 땅으로 걸으니 상쾌한 솔향기가 느껴졌다. 봄이나 가을에 돗자리를 가져와서 피크닉을 해도 좋을 것 같다.
성을 둘러보고 내려가는 길, 우리는 내려가는 길이라 그저 편했다. 설렁설렁 사뿐사뿐 내려가는데 올라오는 사람들은 숨을 헐떡이고 있었다. 오르고 내려갈 때가 이리도 다르다니.
길가에는 하얀 개망초 꽃이 잔뜩 피어 있었다. 일기장에 둘려고 한 송이를 꺾어왔다. 주차장에 들어서니 멀리 우리가 방금 보고 온 커다란 느티나무가 보였다. 그리고 그 위로 그림같이 뜬 커다랗고 하얀 구름. 덥지만 눈에 보이는 풍경은 몹시도 아름다운 요즈음이다.반응형'우리나라 방방곡곡 > 충청도'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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